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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홍래 신고리3호기 발전1팀 주임

2016년 9월 12일 대한민국 전역에 전에 없었던 바닥 깊은 곳에서 부터의 진동이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다.
 경주 남남서쪽 12km 부근으로부터 일어난 지진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모 5.8로 확인 되었으며, 국민들 대부분이 태어나 처음 경험해보는 위력의 지진이었기에, 비록 피해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를 혼란과 우려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지진 발생 직후, 특정 지역에서는 스마트폰 메신저와 전화가 잠깐 먹통이 되기도 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진 진위를 확인 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글에 달린 실시간 댓글들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왔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댓글들은 이러이러 했다. '경주지진, 원전은 안전한가?' '부산은? 세계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데 괜찮은가요?'하는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의 글들이 보였다. 원전 종사자 이다보니 원전 관련 글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또 그러한 글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전에 가지는 관심 또한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안전하게 설계 되었는가하는 질문에 대답하자면, 가장 간단한 답변은 이렇다. 우리나라 원전은 발전소 바로 하부에서 진도 7의 지진이 발생 했을 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의 지진에 대한 안전 설비가 되어 있고, 그런 내용들은 각종 언론 매체들에도 다양하게 설명 되어있어 간단히 인터넷 검색만 해보아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시길 바라며, 이 글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시선에서 과연 우리는 어떠한 신념으로 원자력 발전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9월 12일 7시 50분 쯤 첫 번째 지진 직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규모의 흔들림에 어리둥절 하는 찰나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발전소 다시 들어가야 하나?'였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나뿐만 아니라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모두가 공감 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에게 'B급 비상 발령 3직급 이상 회사 복귀, 직원 2분의 1이상 복귀' 라는 문자를 전송했고, 잠시 뒤 8시 33분 규모 5.8의 본진이 온 직후엔 'A급 비상 발령, 전 직원 복귀'라는 문자를 받고 거의 모든 직원들이 회사에 복귀하여 그 후 며칠 간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그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건재했다.

 지진이 있은 후 그 다음 날 새벽, 회사 커뮤니티에 비상대기 중이라며 올라 온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내 마음에 의문점 하나를 만들었다. 발전소 직원이자 한가정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쓴 댓글 '아빠 무서워, 아빠 어디가?' 비상발령 후 복귀 문자를 받고 복귀 준비를 하는 중 아이가 말했을 거라 생각 되는, 이 단 한 줄의 글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아주 크다. TV 뉴스에서는 후에 계속해서 여진이 올 수 있으니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하는데, 떨고 있는 가족들을 두고 회사로 가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가 어떤 말로 위로 할 수 있으며, 떠나는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원망은 누가 떠맡아야 하는 짐인가? 국민들이 보기에는 직원으로서 회사로 복귀 하여 본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순간 딜레마에 빠진다.

 만일에 내 가족과 발전소 둘 중에 하나를 지켜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발전소 직원의 입장에서의 답은 정해져 있다. 내가 회사로 가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나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신념이고 자세이다. 국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없이는 가질 수 없는 마음이다.
 이번 지진은 발전소 근무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막연하게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던 위기 상황을 실제 상황으로 겪고 연일 이어지는 비상근무를 경험하며, 혹시 모를 추후의 위기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 발전소에 복귀하여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낸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항상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조금은 잊고 있었던,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감과 사명감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언제나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정보와 허위 사실들을 가지고 원자력 발전을 질타하기만 하는 것은 발전소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조건 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내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발전소 근무에 임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신념과 사명을 한번 생각해 준다면, 이는 원자력 발전업무라는 크나큰 중압감과 고된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크나큰 힘과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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