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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한국에서 50대 이상인 국민이라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6·25 전쟁을 떠올릴 것이다. 1950년 이전 출생자라면 직접 6·25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두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나처럼 직접 6·25전쟁을 겪지 않았더라도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었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6월 초, 종강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6·25전쟁에 대해서 물었더니, 언제 발발했는지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있어서 놀랐었다. 그러니까, 세상이 바뀐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나 집에서 철저히 반공교육을 받아온 내 세대하고는 사고부터가 달라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지, 공산주의자니 빨갱이니 하는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지나가 버린 듯한 이 땅에서, 그들에게 6·25를 기억하게 하려면, 우리의 현대사를 새롭게 보는 시각부터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지난 토요일, TV에서 6·25특집으로 <맥아더>라는 영화를 방영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화배우 그레고리 펙 주연의 1977년에 제작된 영화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6·26전쟁이 나오는데, 그 순간부터 몸이 얼어붙은 것 같은 상태에서 보았다. 저렇게 해서 전쟁이 휴전이 되었고 분단되었구나 하는 것을, 미국의 시각에서 만든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전쟁은 그 어떤 전쟁보다 가장 처참했다고 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들으면서 눈물을 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만나볼 소설은 이문열작가의 장편소설 『영웅시대』(1984)다. 20대에 읽었을 때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 다시 읽어 보니 그렇게 재미있는 소설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때가 무엇이든지 더 치열했던 것 같다.

 『영웅시대』는 6·25를 중심으로 두 가지 상반되는 이념으로 대립되는 동존상잔의 비극과 한 가족의 불행을 다루고 있다. 스토리는 크게 주인공 이동영의 삶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나누어져서 전개되었다.
 주인공 이동영은 자신이 신봉하는 이념을 찾아 월북하여 간부로 활동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통을 겪게 되고, 남겨진 가족은 빨갱이라는 이름하에 고통 받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인공 이동영은 영남 어느 읍의 대지주의 독자로, 식민지 시대에 일본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아나키즘에 빠져 있다가 사회주의로 전향한 엘리트다. 광복 후, 이동영이 서울 근교의 대학에서 학장을 역임했을 때, 6·25가 발발하여 그는 가족인 어머니와 만삭인 아내, 그리고 어린 삼남매를 두고 월북한 후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동영은 이념 전쟁의 허망함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숙청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으로 밀입국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스스로 북한에 남게 된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처형대뿐이었다. 이동영을 중심으로 공산당 당원이 된 후 의용군 매복작전에서 사망한 친구 김시철, 이동영의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는 박영창, 이동영과 같은 노선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 안나타샤 등과의 관계도 리얼리티를 더해가면서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한편 이동영의 가족은 이동영이 월북한 이후 빨갱이로 소문이 나서 주위 사람들은 이 가족들을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경찰과 동네 청년들에게 붙잡혀 수용소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기도 한다. 이 가족은 중공군이 서울까지 밀고 들어왔을 때 수용소에서 풀려나지만,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여진 뒤여서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결국 고향에 돌아와 정착을 하지만, 빨갱이로 몰려 온갖 고생을 하다가 아들 이동영, 남편 이동영을 가슴에서 지워내며 이들의 가족사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본 『영웅시대』는 그 서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불행을 겪은 가족이 어디 이동영 가족뿐이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땅의 비극을 생각하면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6·25전쟁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을 위해 묵념을 올리면서, 한국전쟁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권장해 주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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