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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두 시인·소설가

1960년대 초, 수원농과대학(현 서울대학교)의 유달영 교수는 유명 교수의 대명사이던 인물이다. 유 교수는 덴마크가 농촌을 평화롭고 부유하게 건설해 1등국이 된 것은 순전히 음악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덴마크 국민은 세사람만 모이면 노래를 합창하지만 우리는 세사람이 모이면 남의 험담부터 늘어놓는다고 했다. 이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울산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며 어딘가 힘이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생기를 잃고 모래바닥을 힘없이 기어가는 물고기처럼 지칠대로 지쳐있는 기업들, 이런 가운데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노사관계, 그리고 시민의 발인 어느 대중교통회사가 드러내고 있는 민낯 등 구석구석마다 그거야 싶은게 없다. 모두 풀이 죽어 있는 것이 상큼한 맛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유달영 교수가 통찰했던 남 험담하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의 낡은 타성들은 그대로다. 그 시절엔 일반 평범한 서민이나 금수저 계층이라 해도 대통령을 험담하다가는 당장 그 끝이 심히 좋지 않은 결과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역의 고위 공직자를 대놓고 험한 소리로 매도하는 습성이 많았던 시절이다.
 그러다보니 중앙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다가 뒤끝에는 애먼 시장을 물고 늘어지곤 했다. 그러나 우리 손으로 뽑은 시장을 꾸짖을 수도 없다. 김기현 시장이 비난을 받을 만한 처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의 어느 장관이 그만큼 한다면 웃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타 지방자치장이면 외고 펴고 PR이라도 하련만 그러지도 않는다. 소리없이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며 흥부의 박을 안고 오는 장하고 보람된 일만 만들어오고 내년도 예산의 국비확보를 위해 해외출장중의 남은 일정을 접고 달려온 우리 시장이다. 미국 최대의 상용화 연구기관을 국내에 그리고 프랑스, 독일의 선진기업을 유치한 정부부처가 있다면 어떤 떠들썩함이 뒤따랐을까를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국가가 난관을 만난 경우에 처했을 때는 당연히 비상조치를 취하고 정치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을 신속하게 세우게 된다. 그러나 지방자치 단체인 울산은 다르다.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있는 현실을 뛰어넘는 대책과 극복하는 계획은 시가 맡게 된다. 그럴 때 시민들이 힘을 뭉쳐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시가 끌고 가는 행정당국의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이 해야하는 몫이다.

 그러한 사례를 세계적으로 찾는다면 국제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이 생겨나게된 동기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대전이 끝난 미국은 한때 경제공황에 시달려야했다. 실업자가 늘고 공장마다 가동을 멈추고 그야말로 앞이 안보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럴 때 수도와 멀리 떨어진 시카고의 한 젊은 변호사 폴 해리스가 머릿속으로 섬광처럼 지혜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간에는 꼭 지키며 실천해야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는 직업을 가진 친구와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며 방법을 숙의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각자의 직장에서 자기의 일에 충실하며 자기 직무에 충실하게 봉사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로타리 운동이 세계로 확산돼 지금은 지구상의 184개국에 123만 6,000여명의 회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거대한 봉사단체가 되었다.

 울산에서도 지난 1962년 당시 신선열 울산시장, 김종구 울주군수, 김봉석 경찰서장 등 주요 공직자와 지역유지 고기업, 박진연, 김재호, 심우빈, 차경규, 이종수 등이 울산로타리클럽을 창립하였다. 전국적으로는 28번째였고 울산이 속하던 경상남도에서는 첫 번째였다. 로타리클럽이 창립하자 국제봉사단체인 국제라이언스클럽과 한국청년회의소가 뒤따라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 단체들이 창립이후 각기 벌였던 봉사사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다투어 울산을 위해 봉사의 숭고한 정신을 쌓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 이들이 벌인 사업은 모두가 울산사랑이 큰 줄기를 이루었다. 지금도 맥을 잇고 있는 그 단체들과 항상 선두에 서던 울산상공회의소, 그 밖의 많은 기관단체, 언론사 등이 힘을 뭉쳐 울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면 그것이 산업평화를 가져오고 울산을 가꾸는 새동력이 될 것인즉 얼마나 보람된 일이 되겠는가? 덴마크 국민이 노래를 부르며 농촌부흥을 유도하고 폴 해리스가 실천한 모두에게 공정하고 모두에게 유인한가를 표준으로 정해 실천하므로서 사회운동에 선봉이 되었듯이, 우리가 기력을 잃고 있는 울산을 약진하는 도시, 웅비하는 도시, 고동치는 도시로 다시 살려낸다면 그 이상 보람되고 자랑스런 일이 어디 또 있으랴. 그래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범시민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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