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디 익을 무렵
                                        유경환
 
오디 익을 무렵
저 입술 좀 보라며
눈을 맞췄다
 
뽕잎 틈새로
저 입술 좀 보라며
눈을 맞췄다
 
오디 익을 무렵
저 입술 좀 보라던
그 애는 얼마나 컸을까
 
검붉은 눈망울로 웃던
잎에 반쯤 가린 쪽도 보고 싶던
매미 소리 속의 그 애는...
 

● 유경환(1936~2007)- '현대문학'지에 박두진 추천으로 등단(1957~58). 월간 '사상계' 기자, 편집부장을 거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역임. 유신말기 미시건 대학의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역임. 한국아동문학교육원(1996)을 세우고 계간 '열린아동문학지'를 창간했다. 현대문학상(1970), 대한민국문학상(1981), 한국잡지언론상(2003), 정지용문학상(2003) 외 다수.

 

 

 

 

▲ 서순옥 시인

 

뽕잎이 어른 손 바닥만하게 펼쳐지는 이맘때면 산딸기, 오디, 보리수 열매가 앙증맞게 가지마다 조롱조롱 열리는 침샘을 자극한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김없이 우리들은 산비탈 뽕나무밭에 매달려 정신없이 달콤함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다가 배가 두둑해졌다 싶을 때쯤이면 여유롭게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정신 차리고 보면, 손은 손대로 옷은 옷대로 입술과 혓바닥까지 괴물이 된 서로의 모습을 쳐다보며 한바탕 깔깔 웃고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어제 시장 갔다가 예쁘게 포장되어 나온 오디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왔다. 해마다 옛날 생각나서 사서 먹어보았지만 그때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변한 입맛 탓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경쟁하듯 따먹던 그리운 그 맛이 그리워진다고나 할까. 같이 오디 따먹고 깔깔거리던 친구들 지금 어디선가 나처럼 나이를 먹어가며, 나처럼 그리움 한 자락 잡고 울컥거리기나 할까!
 얼마 전 울산아동문학회에서 경남 고성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온 적 있다. 그 행사장에서 받은 '달빛이 와서 쉬는 곳' 유경환 시집, 틈틈이 한 장 한 장 펼쳐 볼 때마다 나의 추억을 훔쳐다가 엮어 놓은듯하여 시집에서 포근한 향수를 달래본다. 서순옥 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