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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첫 대미외교를 앞두고 대통령 특보의 활발한 대외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바로 문정인 외교통일안보 대통령 특보의 행보다. 귀국한 문 특보는 방미 기간 논란을 빚은 '워싱턴 발언'을 두고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 이게 큰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학자로서 이야기한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학자는 학문적 견해나 소신을 밝힌 수 있고 그 견해의 내용은 얼마든지 자유로운 의사표현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학자로서 워싱턴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행사 참석은 학자의 자격으로 이뤄졌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를 대하는 워싱턴의 언론과 세계 각국의 언론은  학자 문정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외교통일안보분야 특보로서 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술회의에 가서 얘기한 걸 갖고 왜 이 모양이냐"며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정말 생뚱맞다. 워싱턴에서 벌인 그의 '원맨쇼'는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3일 미국을 방문한 문 특보는 16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을 두고 파문이 일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특보는 이날 '특보라는 자격으로 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나는 특보지만 교수가 내 직업이고 대통령에게는 자문(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내 자문을 선택하고 안 하고는 그 분(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면서 "그 이상은 얘기 안 할 테니까 그만"이라고 이야기하고 말문을 닫았다. 문 특보는 미국에서 한 발언이 국내에서 일으킨 파장을 의식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대통령의 특보라는 사실을 망각한채 학자 문정인만 강조하는 그가 딱하기까지 하다. 주목을 받고 싶고 기존의 남북한과 미소중일이라는 다자간 외교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싶은 학자적 소망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방법이 틀렸다. 스스로의 깜냥도 모른 채 돌출발언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려는 자가 새 정부의 외교안보 멘토를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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