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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기옥 울산시의회 의원

울산시가 동구의 대표 민속축제로 '봉수문화축제-주연야화(晝煙夜火)'를 선정했다. 중구의 마두희축제와 남구 고래축제, 북구의 쇠부리축제, 울주군의 옹기축제는 역사나 인지도가 꽤 되고 나름대로 지역을 대표하고 있지만 동구는 그동안 방어진의 정체성을 드러낼만한 민속축제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동구의 '봉수문화축제-주연야화(晝煙夜火)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어진의 축제, 울산의 대표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목마성과 주전 봉수대에 얽힌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참신한 콘텐츠로 풀어내면 가능하다고 본다.
 울산시 공모 심사에서 '민속 축제에 걸맞은 참신한 콘텐츠'와 '인근 남목마성과 봉수대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 구성' 등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축제, 구색 맞추기 축제, 돈만 쓰는 또하나의 지역축제여서는 안된다.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봉수대니까 봉화 재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타지역의 봉수축제를 흉내내기에 불과해선 더더욱 안된다. 수원 등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봉수대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대개 봉수군 교대식, 거화(擧火).거연(擧煙) 행사등을 한다. 어디서나 하고 있고 누구나 하는 것을 흉내내면 창의적이지 않고 굳이 여기서 또 할 필요가 없을거다. 무슨 기원제니 민속 공연, (유사)학술심포지엄, 사진전 이런 것으로만 채워져선 안된다. 이는 또 다른 예산낭비, '도찐개찐'이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차라리 인류 불의 기원과 봉수 역사, 울산과 불, 통신수단의 역사와 변쳔, 발전과정 등을 모색하는 것이 낫겠다.
 또 하나 용역이니 학술 관련 일도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애호가, 동호인 수준의 얼치기들에게 맡겨선 안된다. 자기 전공이 아닌데도 용역비 냄새를 잘 맡고 돈을 쫓는 유사학자들이 많다. 그들은 지자체의 용역비 챙기는데는 아주 전문가다. 전국의 권위있는 봉수 전문가, 학자를 찾아 제대로 맡겨라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남목봉수대의 학술적 고증을 거쳐 기본적인 정비 및 복원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역사, 관광, 문화 자원으로 크게 활용될 수 있다.

 지역민과 청소년들의 교육, 체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울산의 각종 체육대회나 행사, 마을축제 등 개막식에 봉수대에서 채화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의 축제에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지역 건축물에도 봉수대를 재해석해 적용해보자. 서울 상암동 DMC처럼 봉수대 기단부 몸체 곡선을 살리면서 연기와 불빛 모양을 응용한 유선형 디자인을 건축에 적용하면 어떨까? 또 불은 울산공업단지와 연결되며 상징이다. 동구의 봉수대가 북구의 달천 철장과 동구의 조선소 용접 불꽃과 공단 불빛과 공업도시를 자연스레 잉태했다. 이를 연상해 '꺼지지 않는 불'을 울산에 두면 어떨까싶다.
 거기다 한중일은 물론 인디언까지 아우르는 국제적인 봉수를 탐색하는 학술 세미나와 교류를 통해 '봉수의 한류화'를 꾀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이다. 생태와 야외 박물관 개념으로도 접근하면 봉수대를 매개로 휴양림, 산촌, 숲길, 지역민 해설자까지 두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동구에는 전국의 유명 관광지 부럽지 않은 자연절경과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많다. 제2의 금강이라는 대왕암공원과 슬도, 울산대교 전망대, 주전몽돌해변, 일산해수욕장, 마골산, 동축사와 봉수대, 마성 등이다.
 그 중 조선시대 울산의 8곳의 봉수대 중 북쪽 경주 하서로 연결하던 곳이 남목천봉수대였다. 남목천(주전) 봉수대는 울산시 기념물 제3호이다. 인근 유포(북구 당사동)는 13호, 천내(동구 화정동)는 14호, 서생 나사 15호, 부로산(삼남면 교동리) 16호, 하산(온산읍 강양리) 제36호다. 현대인의 의사소통에 필수인 휴대폰은 봉수대에서 시작해 생활의 필수도구, 인체의 일부로까지 진화했다. 역사학자들은 광통신의 기원은 군사용으로 사용됐던 '봉수대(봉화대)'라고 한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의사를 전달했던 봉수대.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콘텐츠로 오늘에 되살릴 것인가? 오롯이 우리 동구와 우리 동구민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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