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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통신                                                                             


하청호
 
하얀 접시꽃은
위성 안테나
우리 마을 소식을
먼 우주로 송신하네
 
나란히 나란히
치솟은
푸른 꽃대 위에
층층이 매달린
하얀 접시꽃
접시 안테나
 
오늘은 내 동생
돌잔치 소식을
먼 우주로 송신하겠네
 

● 하청호- 경북 영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봄에' 당선 및 1976년 현대시학에 시 '오동나무'외 2편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 대구광역시 교육청 장학관을 거쳐 교장으로 정년퇴임. 지은 책은 동시집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 시집 '새 소리 그림자는 연잎으로 뜨고', 산문집 '질항아리 속의 초록빛 스케치' 등.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대구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등 수상.
 

▲ 박성규 시인

작년 초봄에 빈 화단으로 둘 수가 없어서 빨간색과 하얀색 접시꽃 한 포기씩 심어 문지기를 시켰더니 제법 잘 자라 여름 내내 접시꽃으로 집을 치장했지만, 꽃이 지고서도 그대로 뒀더니 겨울 내내 얼어 죽지도 않고 올 봄에도 다시 자랐고 떨어진 씨앗으로 인해 화단은 접시꽃 천국이 되었다. 접시꽃은 역사가 오래된 꽃으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란다. 원산지가 중국이긴 하나 신라시대부터 최치원이 접시꽃을 소재로 시를 쓴 것이 전해오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터를 지키는 꽃임은 분명하다.
 어릴 적 시골에는 유난히 접시꽃이 많았다. 특히나 '접시꽃 당신'으로 인해 더욱 정감을 느끼게 되는 접시꽃은 화단에서만 가꾸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어귀, 길가 또는 담장의 안쪽과 바깥쪽 가리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자란다. 할머니들이 좋아하고 한 번 심으면 저절로 번식해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줄기, 꽃, 잎, 뿌리를 한약재로 쓴다. 봄이나 여름에 씨앗을 심으면 그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영양번식을 하고 이듬해 줄기를 키우면서 꽃을 핀다. 꽃의 색깔은 진분홍과 흰색 그리고 중간색으로 나타난다. 꽃잎은 홑꽃과 겹꽃이 있지만 홑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지금 화단의 접시꽃은 키가 너무 크고 우거져 그야말로 위성안테나를 주렁주렁 달아 놓은 송신 중계탑 같다. 뽑아 버리자니 그렇고 그냥 두기도 무엇하지만 어쩌면 저 접시꽃을 통해서 먼 하늘나라의 온갖 소식 전해 줄는지 누가 알랴.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간밤에 내린 비로 세수를 했는지 티 없이 맑아 보여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지만 접시꽃 꽃말처럼 열렬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애절한 사랑이라도 하고 싶어지는 것 왜 일까.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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