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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인 성신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이 늦어도 7월 초에는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울산시교육청의 고민이 깊다. 자사고·외고 폐지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울산에서는 첫번째 신청인데 일반고로의 전환을 승인해도 부담, 안 해도 부담인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2년 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준 심사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취소 불허할 경우 새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성신고는 2015년 7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당시 △학교운영△교원의 전문성△재정 및 시설여건△학교만족도△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개 영역에서 기준 점수 60점을 웃도는 83.3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2016년 3월부터 2021년 2월28일까지 5년간 자사고로 재지정됐다.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운영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때문에 일반고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성신고 학부모들은 '2021년까지 자사고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장이 지난해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에서 2021년까지 자사고를 유지한다고 말해 믿고 입학시켰는데 이제 와서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2021년까지 자사고 유지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재정적 여건과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자사고 유지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계획대로 오는 30일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7월 초에는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강행하기로 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찬반 결정이 자사고 취소 추진에 필수적인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는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성신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하면, 늦어도 9월 초까지 2018년 일반고 배정에 관한 내용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자율학교 지정·운영 위원회(내부위원 5명·외부위원 6명)를 열고 청문절차와 교육부장관 동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울산지역 일반고 전형일정은 12월로 초중등교육법과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전형 3개월 전까지 후기고 배정방식에 대한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시교육청으로서는 2015년 성신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준 입장에서 이를 번복하는 결정을 내리느냐 마느냐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성신고의 자사고 재지정 2년이 다 돼 가는 현재,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재지정 평가를 믿고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로부터의 '학부모를 기만하느냐'는 비판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최근 여러 지역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작업을 당장 시행할 것처럼 밝히면서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면서 "다만 28일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대상인 외고·자사고를 모두 승인하면서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성신고가 학교차원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을 요구하는데 이를 불허할 경우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게 될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교육부가 아닌 시교육청으로서 자사고 폐지 기류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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