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에게 여름철 무더위 만큼 곤혹스러운 것이 없다.
특히 식욕이 떨어지고 온몸이 나른해 꼼짝하기 싫고 항시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더우면 일사병 걱정을 해야하고 덥다고 너무 냉방을 많이 하면 냉방병 걱정을 해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요즘이다. 여름철에 체온과 수분 조절 능력이 저하됐거나, 장기와 면역 기능 등이 떨어지는 고령자, 영·유아, 만성질환자 등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철 더위와 관련해 주하병(注夏病)과 서병(暑病)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주하병은 일반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땀이 많이 배출되다 보니 몸 속 진액이 쉽게 부족해지고 원기가 허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별한 이유없이 몸이 축 늘어지고 걷다가 다리에 힘도 빠진다.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도 떨어지게 된다. 한방에서는 주하병에 인삼이나 황기와 같이 기운을 돋워주는 약재를 처방한다.
서병은 양서(陽暑)와 음서(陰暑)로 나뉘는데 양서는 일사병, 열사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무더위 속에서 일을 하다가 피로가 누적되면 고열이 나면서 몸이 나른해지고 심하면 기절할 수도 있다.
음서는 현대적인 의미로 냉방병을 의미한다. 무더위를 피해서 시원한 곳만 찾는다거나 냉방기 앞에서 오랜 시간 노출된 경우 두통과 무기력증, 전신 관절통 등을 호소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몸에 부족한 기를 보약으로 보충한다.
더위로 인해 생긴 병에는 생맥산(生脈散)과 쌍화삼소음 등을 처방한다.
생맥산은 기와 혈을 동시에 보충하고 처진 맥을 끌어올려 주는 효과가 있다. 생맥산은 물 1ℓ에 인삼 10g, 맥문동 20g, 오미자 10g을 넣고 섞은 다음 1~2시간 정도 끓이면 된다. 생맥산의 재료로 쓰이는 맥문동은 심장과 폐에 진액을 보충해 늘어진 기운을 살려주는 역할을 해준다. 또 우리 몸에 수분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더위로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줄 수 있다.
쌍화탕과 삼소음을 함께 쓰는 쌍화삼소음은 쌍화탕을 통해 음양(陰陽)을 동시에 보충하고, 삼소음으로 여름철의 냉방병을 발산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도 더위를 견디고 갈증 해소에도 좋은 오미자차도 도움이 된다. 몸 안의 진액이 땀으로 배설되는 것을 막아주는 오미자차는 꿀을 살짝 넣어 얼리면 아이들 간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여름병을 예방하기 위한 첫 걸음은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다. 고온 환경에서 오랜 시간 외부활동 하는 것은 피하고 지나치게 에어컨만 찾는 것도 금물이다.
우리 선조들은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여름철 섭생을 중요시 여겼다. 수박이나 참외, 포도 같이 칼륨이 많이 포함된 제철과일을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고 부채를 이용해 적당한 시원함에 만족을 느끼는 생활패턴을 유지했다.
현대인들도 신체가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조절에 신경을 쓰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한 여름 나기에 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