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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몇 년 전 서울지역 신문사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한적 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함께했던 필진들은 각자의 다른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하고 있지만 신문사에서 글을 쓰던 공통분모를 가지고 지금까지 간간히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10여명 정도의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모임에서는 가지각색의 이야기와 직업을 가진 필진들이 함께하고 있다. 학계, 언론, 프리랜서, 문인 등 직업적으로도 다양하지만 30대부터 60대 까지 폭넓은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소통과 화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갖는다.모임에서는 크고 작은 회포를 풀어내며 각자의 여러 가지 삶의 이야기, 함께했던 추억 등을 되새기곤 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일부분이 다양한 색깔로 채워지는 듯 해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고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더욱이 지난달 모임부터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더불어 강의를 추가한 모임이 진행됐다. '봄날이 짧아도 꽃들은 핀다'의 저자 황태영 시인이 행복에 관련된 강의를 해주셨다. 오랜 시간 많은 시와 에세이를 쓰며 쌓아 오신 통찰력, 고전에 의한 적절한 비유와 예시, 정확한 기억력,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내공 등은 강의를 듣고 있는 필진들로 하여금 놀라움과 배움에 대한 깊은 감동을 주었다.
 강의가 있는 모임으로도 충분히 영양가 있는 시간이지만 기존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 있고 관대하게 고찰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강의 내용 가운데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본인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가 깊이 와 닿았다. 특히 사람을 높게 만드는 것은 지식이나 명망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다.
 파티에 10명의 인원을 초대한 옛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속에서는 11명이 와서 좌석 하나가 부족했다. 주최 측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나가달라고 했다. 그러자 가장 명망이 높고 1순위로 초대되었던 분이 나가버렸다. 훗날 파티를 주최한 쪽에서 물어보기를 "1순위로 초청을 했는데 왜 가버리셨습니까?" 그러자 그가 답했다. "초청을 받지 않은 사람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때로는 편하다는 이유로 가까운 사람에게 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상대로부터 배려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며 그 행복이 상대에게도 전달 될 것이다.
 어느 날 아이를 돌보고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몹시 배가 고프고 피곤해 남편과 피자를 시켜먹은 적 있다. 배도 고팠지만 오랜만에 피자를 먹을 생각을 하니 내심 들떠 있었다. 남편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필자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런데 남편이 본인 먹을 부분이 아닌 전체 피자에 핫 소스를 다 뿌려버렸다. 나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본인 스스로는 상대에게 항상 배려심을 가지고 대했는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인생의 정답은 없지만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무심결에 상대에게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혹은 편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지. 배려라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손해처럼 느껴지겠지만 배려로 하여금 상대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행복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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