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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의 악몽을 재현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임단협에서도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여온 노조가 본교섭 두 달 보름 만에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6일 제20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에 대해 일괄 제시안을 내놓을 것으로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협상 결렬 당일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낸데 이어 이번 주부터 확대운영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투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서도 사측이 만족할만한 보따리를 풀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은 불가피하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가 친노동 성향인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를 통해 목소릴 높이고 있다는 점은 사측으로선 부담이다. 하지만 사측은 일자리연대기금 등 노조의 요구안이 과도하고 터무니없다며 맞서고 있다. 게다가 장기화되고 있는 경영난이 호전되지 않고 있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올해 임단협을 놓고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셈이다.

당초 지난 4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할 때만해도 8월 타결을 목표로 한 노조의 활발한 교섭 진행 방침에 사측이 화답하면서 무분규 조기 타결의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이 노조 요구안 수용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면서 노사 모두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사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은 외부의 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안이다. 사실상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사측은 지난해 말 그룹 임원의 연봉을 10% 자진 삭감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과장 이상 간부의 임금을 동결했다.

특히 올해 1분기의 영업이익이 전년비 6.8% 줄었고, 2분기에도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측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노조가 강경 모드로 돌변한 속사정은 따로 있다. 올 임단협을 8월까지 끝내지 못하면 노조집행부가 9월에 교체되기 때문에 자칫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양측의 협상 의지다. 협상력을 높이는 묘책을 찾는 것이 관건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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