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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름휴가 기간이다. 복잡다단한 일상은 벗어 던지고 잠시나마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 물론 떠나보면 고생길일 테고, 삶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휴가가 주는 위안은 꿀맛 같다.
 그런데 장영복 작가의 이 책 속 아빠 코끼리처럼 많은 아빠들에게 휴가 여행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휴가비 등 돈 걱정부터 일에 지친 심신을 이끌고 운전, 짐 나르기,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봉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인지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동물원 휴일, 아빠 코끼리는 가족들과 어딜 가기는커녕 드르렁~ 푸우 코를 골며 단잠을 자기 바쁘다. 옆집 얼룩말, 펭귄네는 해수욕장도 가고 한다는데 잠만 자는 아빠 코끼리.
 재밌는 건 아빠가 내쉰 콧바람에 그만 엄마와 아기 코끼리들이 슈웅 바다로 날아가게 된다는 설정이다. 왁자지껄한 해수욕장에서 엄마와 아이들은 오징어 그네도 타고 파도 넘기도 하며 한 때를 보내지만, 즐겁지가 않다. 자꾸 아빠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다시 발휘된 작가의 상상력. 이번엔 엄마와 아기 코끼리들의 힘센 콧바람에 거꾸로 아빠 코끼리가 청소기에 빨려 들 듯 바다로 소환된다. 해수욕장에서 코끼리 가족은 물속에서 거침없이 수영도 하고 물을 뿜으며 신나게 논다.
 다음 장면은 이 책의 클라이맥스이자 더없이 아름다운 베스트 컷으로 뽑고 싶은 부분. 아기 코끼리 두 마리와 엄마 아빠 코끼리 넷이서 나란히 모래사장에 앉아 있다. 머리 위로는 수많은 별들이 떨어질 것 같고, 넷은 서로 찰싹 붙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 지 통통한 코끼리들의 뒷모습이 수없이 많은 음표로 가득 차 있다. 기분 좋은 에너지의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다. 
 기발하고 엉뚱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는 섬세하게 생동감 넘치는 이혜리 작가의 그림을 만나 더 유쾌해졌다.


▲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특히나 첫 장면 동물원 휴일을 맞아 가죽을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있는 표범이라던지, 분홍 깃털을 널고 있는 홍학 같은 디테일한 장면들까지 세세하게 읽다보면 이 책이 얼마나 읽을 것이 많은 지 새삼 알게 된다. 
 그리고 '행복한 여름 휴가였어요'라며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까지 넘기고 나면 우리는 왜 떠나야 하는지 알게 된다. 운전기사 노릇에 온 가족 뒤치다꺼리에 힘들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왜 아빠, 엄마들은 또 여름휴가 가방을 싸게 되는지를 말이다. 인생에서 행복한 기억 하나 갖는 것은 그 정도 수고쯤은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기 때문 아닐까.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건 그런 일일 것이다.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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