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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울산광역시의 현주소
편집이사 겸 국장
2017년 07월 16일 (일) 19:50:18 김진영 cedar@ulsanpress.net
   
 

도시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황성동 바닷가부터 대곡리 평원에 이르기까지 움막 짓고 고래 잡던 사람들이 이 도시의 첫 문화인이었다면 세계 최대의 배를 만들고 대륙을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지금 이 도시의 주역이다. 처음은 사람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그 사람들의 축적된 문화는 이제 도시의 튼튼한 내공이 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든다.

    울산은 이제 광역시로 승격된지 20년을 맞은 성년 도시로 거듭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울산은 여전히 변방이고 정부의 투자우선순위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는 부당대우를 받는 도시다. 단적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두고 변기통의 크기를 줄여 물을 절약하라고 국회에서 떠들어대도 찍소리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게 울산의 현주소다. 인재가 없고 인물이 없어 울산의 오늘이 이 정도의 평가절하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공염불이다.
 문제는 그동안 사람을 만드는 도시를 위해 울산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빙빙 돌리지 말고 정면으로 이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50년 후, 아니 100년 후쯤 울산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밑그림에 울산을 하나씩 잘 잡아 나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번 고착화된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세계는 이미 도시간 경쟁력이 국가의 가치를 올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 뉴욕은 'I LOVE NY', 베를린은 'Be Berlin'으로 도시브랜드를 상징화해 세계인에게 손짓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그 도시의 역사를 깔고 있다.

 울산은 지난 세월동안 '역동의 산업수도, 푸른 울산'을 기치로 도시 홍보에 힘을 쏟았다. 영문 브랜드로 울산을 홍보하는 문구는 'ULSAN FOR YOU'였다. 이제 광역시 승격 20년을 맞아 홍보문구를 바꿨다. 'THE RISING CITY'(도약하는 도시)다. 태화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비약적인 성장을 해온 생태산업도시 울산을'글로벌 창조융합도시'로 변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동의 산업수도, 푸른울산이건 더 라이징시티건 문구에서 느껴지는 심장박동은 비슷하다. 앞으로 이 문구는 서울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울산을 홍보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짐작된다.
 글로벌 창조융합도시로 울산을 부각하고 도약하는 도시로 울산을 홍보해 나가는 문제는 역동의 산업수도로 각인된 울산을 한발 더 돋보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사람중심 도시, 문화가 중심이 되는 도시와는 엇박자일 수 있다. 울산처럼 오래된 과거가 퇴적암처럼 켜켜이 쌓인 도시는 도시 자체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도시다. 더구나 팔도의 사람이 공존하고 다국적 시민이 함께하는 글로벌 도시라는 현재성은 무엇보다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데 아낌없는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는 숙제와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나아가 글로벌도시로 뻗어 가겠다는 웅지에 박수를 치지만 여기서 우리의 현재와 과거에 대한 천착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울산이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됐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 울산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미래로 가는 방향에는 바탕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다. 울산이 과거 역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가, 문화적 유산을 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울산의 미래와 도시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창조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연구개발분야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는 울산의 현재 상황과 연결해서 본다면 울산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는 주민들의 정체성,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자긍심이 높아지면 새로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이면 역동성과 창조성은 '봄날의 죽순'처럼 올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사람이 모여들기 보다 떠나가기 바쁜 도시가 됐다. 일자리만 보고 울산을 찾은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울산을 떠난다. 물질을 쫓는 사람의 이동은 불빛을 따라다니는 하루살이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바로 사람들이 만든 울산의 문화 영토에 대한 고민이다. 울산은 공업화 이후의 역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라 1,000년의 모항으로 국제교류의 통로가 됐던 곳이다. 이미 울산은 1,000년전 세계가 주목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팩트다.

 역사 이전의 시대는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반도 문화의 서막을 알리는 반구대암각화가 울산 문화권의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도시다.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울산을 신라문화권과 다른 북방계와 남방계 문화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차별화된 문화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담론이 활성화 된다면 울산이야 말로 울산문화권의 오래된 역사는 물론, 가히 역사 문화의 도시로서 그 위상이 바뀔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도시다. 1,000년 전 국제무역항인 반구동 항만 유적지와 개운포 유적지가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영광을 이끌었듯 이제 울산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오늘의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지금, 그리고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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