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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다니고, 잔소리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돼 버리니, 어른이야말로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뭐든 재미가 없고, 일이나 생활, 돈이 발목을 꽁꽁 붙잡고 있고, 잔소리를 하는 갑(?)의 입장도 나름 스트레스였다. 무엇보다 서글픈 건, 어릴 적 반짝이며 꿈꾸던 꿈마저 어른이 되니 딱딱한 화석처럼 굳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내 아이들의 반짝이는 별 같은 눈에서 꿈과, 희망, 미래를 본다는 것이지만.
 내 안에서 화석처럼 변한 동심을 만나고 싶어서 '어느 멋진 날' 그림책을 활짝 펼쳤다. 이 그림책은 표지부터 당장이라도 짐을 챙겨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바다를 품고 있는 동굴 너머로 배를 탄 아이가 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은 따뜻한 색으로 물들고, 바다는 은은하게 반짝인다.


 아이의 이름은 준수. 도시에서 매일 학교 학원에 쫓기고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준수는 어촌에 사는 할아버지 댁에 놀러온다. 도시 아이인 준수에게 바다 생활은 따분하기 짝이 없다.
 할아버지는 준수를 바다동굴로 데려가고, 준수는 전혀 다른 새롭고 환상적인 바다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름답고 웅장하며 환상적인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푸른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바다동굴의 웅장함, 바다 속을 헤엄치는 산호초 뿔 달린 사슴들, 바다를 지키는 거대한 등대 곰 할아버지까지. 우리가 잊어버린, 동심이 꿈꾸는 아름답고 신비한 바다에 빠져들게 만든다.
 준수가 곰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서 섬의 멋지고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나도 꿈꾸듯 아름다운 그 풍경을 바라본다.


▲ 권은정 아동문학가
 어른이라고 재미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어른도 여전히 아이처럼 꿈꾸고 싶어 한다. 아이의 꿈이 자라듯 어른의 꿈도 늘 자라고 있다. '어느 멋진 날'은 내가 잠시 잊고 있던 내 안의 동심이 눈부신 바다처럼 반짝거리게 만든다.
 역할이나 사회적 입장에 묶여 틀에 박힌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일지라도 마음은 준수처럼 신비한 바다 속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을. 혹시 알까. 지루한 일상 이면에 신비하고 눈부신 어느 멋진 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권은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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