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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포경금지로 쇠퇴의 길을 걷던 울산 남구 장생포가 '고래문화특구'로 재탄생한지 10여년이 흘렀다. 포경산업이 성행하던 과거부터 세계에서 찾는 고래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된 현재까지 장생포 '고래산업'의 발자취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국내 유일 고래 관광 상품화로 부활 성공
현실성 있는 사업 추진으로 활성화 필요
돌고래 사육·식문화 부정적 여론 해결도

 

▲ 고래축제
#1800년대 부터 고래도시 명성
장생포 고래산업의 역사는 지난 1891년 일본으로 가던 러시아 황태자 니콜라이 2세가 장생포 앞바다에서 큰 고래떼를 발견하고 '태평양어업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막이 올랐다.
 1899년에는 장생포가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고래를 해체하는 포경기지로 지정되면서 포경산업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게 됐다.
 광복 이후 '조선포경 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포경산업은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1970년대 말부터 1985년에 걸쳐 장생포는 20여척의 포경선과 1만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부자도시'로 거듭났다.
 당시 장생포에서만 잡히는 고래가 연평균 900마리에 달하면서 '장생포는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1986년 상업포경 금지로 쇠락
하지만 무분별한 포획과 일부 품종의 멸종 등 문제가 발생하자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 '상업포경금지령'을 내렸다.
 포경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포경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이 점차 떠나 3,000여명까지 그 수가 줄어들면서 장생포 포경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장생포의 고래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으나, 남구가 고래를 '죽이는' 포경산업이 아닌 '살려 알리는'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고래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 5D 입체영상관
#2008년 고래문화특구지정 새전기
지난 2005년 5월 31일 장생포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2008년에 장생포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고래관광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특구 지정 다음해인 2009년에는 실제 살아있는 돌고래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을 건립하고 장생포 앞바다에서 돌고래떼를 발견할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을 도입하면서 '돌고래'를 남구의 마스코트로 만들었다.
 2013년에는 장생포의 포경 전성기 모습을 재현한 고래옛마을이 있는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해 장생포가 한해 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고래관광지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18일에는 고래의 생동감을 360° 입체영상으로 체험하는 5D 입체영상관이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 선보였다.
 오는 11월부터는 고래박물관을 출발해 고래문화마을과 입체영상관 총 1.3㎞ 노선을 거쳐 돌아오는 순환형 모노레일이 운영된다.

#지난해 입장료만 24억원
고래관광산업에 탄력을 받아 남구는 장생포에 방치된 어항 계류장을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장생포 워터프론트 조성사업', 장생포에 세계 최고 높이 호텔형 '고래등대'를 짓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발전의 성과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올해 상반기(6월 말 기준)에만 벌써 51만7,945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733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해 8.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고래문화특구에서 입장료 형태로 벌어들인 수입만 24억4,09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벌어들일 입장료 수입과 함께 파생되는 경제적 창출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장생포 고래축제'도 다양한 변화를 맞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고래고기를 먹고 즐기던 초기 축제 분위기와 달리 이번 고래축제에서는 고래고기를 일절 판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보다 외지 방문객이 늘고 방문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축제는 "문화 관광형 축제로 발돋움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결과를 얻었다.

 

▲ 고래체험관
#돌고래 체계적 관리 시스템 필요
남구가 이처럼 고래관광산업에 있어 '승승장구' 하고는 있지만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 역시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관련 사업들의 규모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천억원이 넘는 사업들이 추진됐거나 추진 중에 있는데, 최근 추진되는 사업은 규모에 있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예로 고래를 주제로 하는 높이 150m짜리 등대에 전망대와 호텔을 장생포에 건립하는 '고래등대' 사업을 들 수 있다.
 해당 사업은 1,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불투명한 사업성, 지난한 절차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산재하면서 건립사업에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남구는 민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 장생포에 민간 기업들의 관광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으로 뒤따를 각종 사업들은 현실성을 충분히 감안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남구가 고래관광도시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래생테체험관의 '돌고래'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의 해결도 필요하다.
 고래생태체험관에는 현재 5마리의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돌고래들의 폐사율이 자연상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방류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 일본에서 고래생태체험관에 들여온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반입 나흘 만에 폐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관광산업 전문가에 따르면 '고래관광'을 내세우고 있는 고래문화특구에 있어 돌고래 전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매년 고래문화특구 전체 입장료 수익 중 절반가량이 돌고래를 전시하고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나, 현재 장생포의 관광산업에 있어 돌고래 확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남구가 우선 시 해야 할 것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우려가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울산 관광산업 전문가는 "돌고래가 이미 남구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아 상당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류 후 생태체험관 운영이 정지되는 것은 고래관광산업 발전에 있어서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며 "돌고래 전시를 대체할 콘텐츠가 전무한 이상 돌고래를 전시하면서도 최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고래 개체수를 늘리려 하는 것 보다는 현재 돌보고 있는 돌고래가 폐사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 확충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홍래기자 usjhr@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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