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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전설(장자)에 따르면 '곤'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곤은 때가 되면 붕새로 변해서 먼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고 한다. 붕새 날개는 하늘을 뒤덮고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어마어마하여 한번 날개 짓으로 수 천리를 날아간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현상세계에서는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가장 큰 새다. 날개를 펴면 수 미터에 이르고 한번 날면 며칠을 난다.

 "숲에 불이 나면 모든 동물이 도망을 가는데 달아나지 않고 숲을 지키는 동물이 있다. 바로 벌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새는 숲에 불이 나면 그 작은 부리로 물을 머금고 와서는 불 붙은 나무 위로 날면서 뿌린다. 숲을 집어삼길 수도 있는 큰불에 비하면 벌새의 이런 행동이 하찮게 보일수도 있다. 나는 이 벌새에게서 인류가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막화되어가는 아프리카 땅을 살리기 위해 3,000만 그루 나무를 심었던 왕가리마타이여사.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 했던 연설의 일부다.
 많은 사람들이나 기업, 시민단체 등은 붕새가 되어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길 원한다. 거리에서 구걸하던 걸인이 복권이 당첨되더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길거리에 앉아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아울러 부자들은 작은 것을 아끼고 큰돈에는 과감하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10만원을 만들고 10만원을 모아 100만원, 100만원을 모아 1,000 만 원을 만들어 나간다. 눈사람도 처음에는 주먹만큼 뭉친 눈을 잘 굴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60억 인류가 벌새가 되어 한 사람 한사람이 평생 나무 10그루를 심는다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한 왕가리마타이 여사 같은 꿈을 꾼다.
 현실에서는 벌새가 될 사람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현안이 생기면 '시민단체'는 뭐하고 있냐고 질타를 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무임승차하면서 자리가 없다고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불평을 호소한다.
 벌새가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소액 기부하는 것부터 출발하면 된다. 벌새가 물을 머금을 호수를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 물동이에 물을 채워놓은 일만 해도 충분하다. 시민단체도 처음부터 큰 획을 긋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태산을 옮길 때도 작은 돌멩이부터 옮겨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 것처럼 시민단체의 활동은 목표를 두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벌새들을 많이 불러 모아 함께 해야 한다.

 단체를 처음 만들 때 뜻을 함께 했던 시민들이 있다. 원대한 목표와 방향성에 계속되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생긴다. 몇 년 지나면서 현실의 벽과 부딪힌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태산 옮기는 일을 포기하고 옮겨 놓은 언덕 위에서 만족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벌새들을 모아 태산을 옮기고 불을 끄고자 한다. 매년 새로운 사업목표와 내용들을 만들어 낸다. 물론 회원확대를 위한 노력들도 한다.
 회원확대의 목표치를 정해놓고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 늘 실패할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실망연습'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실패율이 떨어지는 만큼 성공한 것이니 연습을 거듭하다보면 처음 세운 목표치에 도달하게 된다.
 새롭게 만난 벌새들과 함께 무모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지치지 않는 에너지다. 아울러 벌새들이 꺼야할 산불과 옮겨야 태산은 더 많이 나타난다.

 세상이 복잡해지는 만큼 세분화, 전문화되어간다. 그에 따라 시민단체 또한 전문적이고 생활형 운동문화로 변화되고 있다. 정치가 곧 생활인만큼 정치 단체 또한 생활운동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 가입은 어쩌면 보험 상품을 고르고 가입하는 일과 비슷하다. 혜택은 직접적인 금전적인 보상은 아니라도 사후적 복지차원에서 혜택을 보게 된다. 왕가리마타이여사 바람처럼 60억 인구 모두가 벌새가 되었으면 한다. 붕새보다 벌새가 강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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