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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20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방안으로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안에 대해 '부결' 결정을 내린 주된 원인은 현실을 외면한 문화재위원들은 독선이지만, 시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역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생태제방안에 대한 문화재위원들의 현장조사와 심사가 한창이던 때에 울산의 여야 정당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일부 의원들은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을 반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문화재위원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하는 지역 최대 현안인 반구대 암각화 문제만큼은 집행부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울산시의회마저도 제역할을 못한 채 강건너 불구경 식이었다.
 시의회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에 관한 한 그 흔한 결의안조차도 채택하지 않았다.
 시의회의 이러한 무관심 속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엇박자는 문화재위원회의 독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과 바른정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은 문화재위원회가 생태제방안을 검토 중이던 지난 6월 국회에서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 추진 필요성을 연이어 제기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부와 업무협의를 가진 자리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생활용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대구권 치수원의 구미 이전과 연계된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관철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강 의원은 같은 달 14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맑은물 공급사업을 통한 사연댐 수위조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 후 맑은물 공급사업 관철을 위해 관련기관과 적극 협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도 후보자도 반구대 암각화의 근본적인 보존방안은 '사연댐 수위조절안'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 의원들이 주장한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은 대구의 낙동강 취수원은 구미로 옮기는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과 연계된 것으로, 울산이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일일 7만t의 원수를 끌어오는 대신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는 것이 골자다.
 문화재위원회의 사연댐 수위조절안과 일맥 상통하는 방안으로, 울산시의 생태제방안과는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구미시가 대구 취수원 이전을 결사 반대하는 바람에 이들 사업은 지난 10여년 간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해 사실상 포기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결국, 울산시가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마련한 '생태제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와중에 지역 국회의원들은 딴소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머지 4명의 지역 국회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화재위원회와 울산시가 생태제방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때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문제에 '올인'하고 있었다.
 한쪽은 공사 중단의 부당성에, 또 다른 한쪽은 공사 중단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데만 함몰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관심 밖이었다.


 울산의 유일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는 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에 대한 집행부와 의회간 소통 부재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제6대 시의회 들어 지역현안에 대한 총 36건의 결의문을 채택했으면서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에 대해 시의원들의 총의를 모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 고호근 위원장은 반구대 암각화 문제에 대해 "집행부가 생태제방안을 제안하면서 잘 되고 있고, 이번엔 통과될 것이라고 말해 의회 차원의 별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의회와 전혀 소통하지 않았고, 결의문 채택 등을 포함한 지원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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