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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혜 동천동강병원 약제팀 약사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병원에 발을 내딛던 시간이 떠오른다.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그렇겠지만 개업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사회생활을 처음하는 약사들은 수많은 긴장속에서 약사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숱하게 이야기하시던 복용지도, 너희의 잘못된 약이나 검수에서의 실수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 약으로도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 정말 주의하라던 선배들의 말까지. 긴장을 안하면 이상한 상황에서 업무에 임하게 됐다.

 처음 근무한 대학병원은 중환자들도 많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도 많아 약사의 업무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밤에 찾아오는 응급실 환자들은 햇병아리 약사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파죽겠는데 약을 자동으로 줘야지 왜 약국까지 걸어오게 하느냐는 환자부터 술에 취해서 무턱대고 욕부터 쏟아내는 취객까지… 요즘 말처럼 "내가 이러려고 약사됐나 자괴감 들어…" 라는 말이 버릇처럼 쏟아져 나오곤 했다.
 하지만 약사로서 경험이 쌓여가고 노하우가 늘면서 점점 제법 쓸만한 약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시스템화된 체계 내에서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심한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있었는데 배운 업무대로 복약지도를 해드렸을 뿐인데 너무 고마워하시던 환자분이 있다.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약사는 처음봤다고 하시면서. 그리고 자신이 먹는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다며 원래 약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 조심해서 먹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한번은 지인의 아이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조심스럽게 이 약이 어떤 약이냐고 물어보았다. 뭔가 싶어 처방전을 확인해보니 ADHD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이었다. 예전에 ADHD에 대해서 들었을 때 애들은 원래 저정도는 산만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지인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서 만나면 엄마가 뭐라고 말해도 전혀 듣지 않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서 온갖 물건을 다 건드리고 다녔다. 무엇보다 그 지인은 점점 초췌해져서 내가 알던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잠깐 만나서 보는 나 역시 힘들어질 정도인데 부모의 고충은 오죽하겠는가. 정확한 진단과 약을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사의 영역이므로 내가 언급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 지인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아이를 부모로써 책임지고 기르는 것도 많이 힘들텐데, 왜 애를 데리고 정신과를 다니냐, 그게 무슨 병이냐, 애를 잘 못키워 그렇다 등등 주변에서 엄마나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만약에 내가 옛날처럼 ADHD에 대해서 애가 다 그렇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성실한 답변이나 복약지도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저건 힘들구나, 치료가 필요하구나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자 내가 알고 있는 약학지식을 총 동원해서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모든 내용을 복약지도 하게 되었다. 약사 개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특정 질환에 대한 태도가 복약지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처음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약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복약지도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약은 효능도 있지만 부작용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약들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명확하게 숙지하지 못하면 약을 복용하였음에도 부작용 때문에 원하는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멕페란은 임산부에게도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이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소화제이지만, 일부에서는 호흡곤란이나 정신착란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의해야한다. 또한, 치료효과가 비슷한 약이라 하더라도, 다른 약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 등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약사의 정확한 복용지도는 최선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처럼, 약에 대해서 약사만큼 잘 아는 직업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부정확한 정보보다는,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들르면 반드시 약사에게 약에 대해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약물의 오남용 방지는 건강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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