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형석 울산대곡박물관장

지난 7월 20일 울산 북구에서는 울산 최초로 마을박물관이 2곳 개관했다.
 농촌인 무룡동 달곡마을과 어촌인 구유동 제전마을에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달곡마을박물관에는 주로 농사에 관련된 자료와 아산 장씨와 학성 이씨 두 문중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제전마을박물관에는 어업에 관련된 각종 도구들과 어촌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두 마을의 마을회관 같은 공용시설 일부가 박물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박물관 관리 운영을 위해 마을 주민 가운데 명예관장과 명예 큐레이터를 임명했다. 두 마을은 이제 울산에서 마을박물관이 있는 동네로 알려지게 됐다.
 울산의 마을박물관 사업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추진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7 울산 민속문화의 해'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6년 두 마을에 학예사들을 상주시켜 민속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물은 최근 5권의 조사보고서로 간행됐다. 이것이 바탕이 되고 마을 주민의 참여가 더해져 올해 마을박물관으로 이어진 것이다. 개관식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경향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울산에 처음 만들어지는 마을박물관 개관을 축하했다.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울산의 문화 환경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울산은 2004년까지 박물관이 없던 도시였지만, 이제 등록박물관이 9곳으로 늘어났다. 인문학 분야에서 외부 기관과 학술교류 협력도 진행되어 왔는데, 이런 분야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서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국립민속박물관과의 교류 협력이 눈에 띈다. 단행본 숫자만 보더라도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9년간 울산 역사문화에 관한 책을 10권 넘게 발간했다. 이 책들은 모두 새로운 조사내용과 기획물을 담은 것이다. 울산을 다룬 특별전과 교류전도 개최했으며, 울산대곡박물관과는 현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와 국립민속박물관과의 교류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국립민속박물관은 <조선의 농촌위생 -경상남도 울산읍 달리의 사회위생학적 조사-> 번역본과 <향수, 1936년 울산 달리> 도록을 발간했다.
 앞의 책은 1936년 여름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울산 달리(굿모닝병원∼강남초등학교∼울산공고 일원)에서 진행한 농촌위생조사의 결과물로 나온 단행본(1940년)을 번역한 것이다. 뒤의 책은 1936년 울산 달리와 울산읍 시장에서 수집되어 일본으로 건너가서 현재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있는 울산 유물 124점을 소개한 전시도록이다. 이를 추진하는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문웅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울산시는 2009년 2월 울산시청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과 '울산 달리 100년'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학술교류 사업을 진행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남구 달동에 학예사들을 상주시켜 도시민속조사를 진행하고 조사보고서 2권을 발간했으며, 영상민속지를 제작했다.
 울산시는 울산박물관 개관 이후인 2011년 11월에 '75년만의 귀향, 1936년 울산 달리' 특별전을 개막하여 2012년 4월까지 개최했다. 여기서는 1936년의 농촌위생조사와 민속조사 내용과 당시 울산의 사회경제상에 대해 소개하고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소장된 울산 유물을 전시했다.

 필자는 당시 울산박물관 학예사로서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1936년 위생조사보고서와 민속조사원들의 조사내용, 당시 촬영된 동영상자료와 사진, 그리고 수집한 유물이 있었기 때문에 울산 근대사를 살펴보는 특별전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광역시 20년 울산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한 여러 권의 조사보고서에도 담겨 있다. 후세의 어느 학예사가 21세기 초반 울산 역사문화를 전시하고자 할 때 이 보고서들과 성과물이 바탕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울산 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 온 국립민속박물관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학술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