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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혁 사회부 차장

얼마 전 현대차 노조의 고소로 경찰서에 갔다와야 했다.
 매일의 업무 상 늘 익숙한 곳이니 주눅들리 없고, 뚜렷하게 잘못한 사실이 없다는 생각에 보무는 당당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조사를 받아보니 혐의는 '명예훼손'.

 본보에 보도된 기사가 현대차 노조의 명예를 '심각하게'훼손했다는 것이 고소의 요지였다.
 보도의 과실 여부나 지역 신문의 척박한 환경 따위는 새삼 논하고 싶지 않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건은 검찰로부터 날라온 '죄가 없음'통지서로 일단락 됐으니.
 그런데 "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형사 고발을 함께 했을까요?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라는 경찰 관계자의 무심한 듯 던져진 '멘트'가 팍 꽂혔다.

 도대체 현대차 노조의 명예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러나 싶었다.
 궁금해 찾아보니 국어사전에는 명예를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감히 지역신문의 보도가 존엄한 현대차 노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이 경찰 고소의 이유 쯤 될려나?

 물론 고소·고발은 자유고, 그에 따른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기가 질려 피고소인의 혐의없음이 결정됐을 때 반격할 수 있는 '무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1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면서 매년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벌이고도 협력업체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는, 정치파업에 파벌싸움을 일삼는 행위가 훌륭한 존엄인가는 꼭 되묻고 싶다.

 휴가 중에도 실무교섭을 벌일 만큼 올해 임금협상이 시급한 마당에 꼭 윤종오 의원의 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을 간섭해야 세상에 인정받는 품위인지도.

 동료 기자는 이번 고소 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노조가 언론 보도의 '파울 범위'확보 차원에서 한번 던져보는 고소가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교훈은 생겼다. 심판(법)은 현대차 노조의 명예를 그렇게 대단하게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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