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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운하 울주군 세무1과 담당

오늘은 세무공무원의 보람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여러 직무중 주로 세법 집행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일까? 누구에게나 직업은 밥벌이 수단에 그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때론 일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 무의미하진 않으리라. 물론 우리도 납세자의 한 사람이다. 본인도 납세자이면서 납세자를 대상으로 일을 하는 어찌보면 특수직(?)인 셈이다.

 필자는 세무공무원의 역할을 '문'에 비유하곤 한다. 영어로'Door','Gate'쯤에 해당할 것이다. 세금은 납세자로부터 우리를 통해 자치단체 금고로 들어간다. 그것은 다시 복지재원 예산항목 등으로 납세자에게 환원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중 첫 번째에 놓여있는 다리, 혹은 대문과도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군의 세금 징수율은 지속적인 경기침체 등 여건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납세의무를 다해주시는 납세자들 덕분에 올해 우리군은 전국 구·군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예산 1조원을 달성했다. 이 지면을 빌어 납세자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세무 업무를 하면서 감동과 보람을 느낄 때는 과연 언제인가?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추징했을 때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주어진 납세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납세자를 만났을 때다.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체납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는 당당하다. 분납이라도 해 납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완납의지만 있다면 나는 그를 훌륭한 납세자라고 부를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가끔 있다.
 원래는 성실한 납세자였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래도 몇 년에 걸쳐 분납으로 몇 천만원을 납부하는 분도 있었고, 법적으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자녀의 세금을 납부하고자 하는 어르신도 계셨다. 자식이 세금도 못내고 살기를 원치 않는 부모 마음임을 말씀하시는데 그 앞에 달리 무슨 할말이 있을까? 모두 존경할 만한 납세자임이 틀림없다.

 언론에서는 주로 악덕 체납자와 강제 체납처분 장면을 다룬다.
 그래서 이런 얘기에 '에이 설마'하는 반응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납부하고자 하는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납세자가 의외로 많다. 언젠가 한번쯤은 그들을 대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이 지상에 세금 없는 나라가 있을까? 있다면 그곳은 천국일까 아닐까. 우리는 국가에 대해 여러 의무를 다하며 산다. 국가도 구성원에게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한다.
 세금 납부는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중대한 의무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이 곧바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내가 그리고 나의 후손이 살아갈 이 터전의 유지, 발전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의무이다. 이것을 짐이라고만 생각해야 하는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은 때로 특정 사안에서 소송 등으로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납세자의 간단한 의문에는 스스럼없이 안내나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전에 국가유공자로 감면받은 후 세금을 추징받은 분이 생각난다. 제한기간 안에 세대분리를 한 것이다. 전화 한 통으로 상담을 했더라면 수 백만원을 아낄수도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수시로 안내문을 발송하곤 하지만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공평과세를 함으로써 세금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는 분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주권자로서의 명예, 자부심의 표현임을 말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납세자에게 돌아가는 재원은 더욱 풍부해 질 것이다.

 지금까지 자랑스런 납세자와 같이 호흡해왔듯이, 앞으로 남은 공직도 세금내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음에 큰 의미와 보람으로 생각하면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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