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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여행]달 샤베트
달이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니?
2017년 08월 07일 (월) 20:08:20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시골에서 엄마랑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 열어 놓은 문 밖이 환했다. 밖에서 자꾸 누가 불렀다. 너무 늦었다 싶어 돌아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고 계속 나오라고 보챘다. 어깨 아파하는 엄마는 파스를 붙여드리자 금세 잠이 드셨다. 누군지 얼굴은 내밀지 않고 나를 부르니 이젠 내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깊은 밤에 불러내는지.
 마당에 선 나는 숨이 턱 멎는 것 같았다. 산골짝을 가득 채운 엷은 풀벌레들의 노래 위로 크고 환한 달이 말했다. 안녕, 내가 불렀어. 어릴 적 함께 놀고 자란 달이 얼굴 한번 보자고 불러낸 것이었다. 맑고 밝은 달은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던 노란 별무리와 풀벌레들의 고운 노래를 선물로 주었다. 이런데도 안 나오려고 했니?
 백희나의 그림책 '달 샤베트'에는 건강하지 못한 달이 나온다. 달이 녹아내리는 거다. 두메산골에서 달과 함께 자란 나에겐 충격이었다. 달은 언제나 하늘에서 내가 뛰어가면 같이 뛰고 내가 서면 뚝, 서서 기다려주던 마음친구였다.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는 동안 달은 녹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나의 변치 않는 건강한 달 친구의 몸을 망가지게 했나. 


   
▲ 조희양 아동문학가
 더운 여름밤, 더위를 참지 못한 사람들이 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왕왕 켜놓고 잠자는 동안 밤하늘에서 노란 물이 똑, 똑, 똑 떨어진다. 늑대할머니가 발견하고 얼른 고무 대야에 받아보니 달 물이다. 한 대야 가득한 달물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할머니는 샤베트 틀에 담아 얼린다. 집집마다 에어컨도 쌩쌩, 선풍기도 씽씽, 냉장고는 윙윙 거리던 밤은 어느 순간 뚝! 정전이 되어 버린다. 모두 놀라 밝고 노란빛이 새어 나오는 늑대할머니 집으로 모인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달 샤베트를 나누어 준다. 달 샤베트를 먹은 이웃들은 더위가 싹 가시자 선풍기와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잠을 잔다.
 달이 사라져 버려서 살 곳이 없다고 찾아온 옥토끼를 위해 할머니는 남은 달물을 화분에 부어 달맞이꽃을 피우고 그 꽃이 새까만 밤하늘에 커다랗고, 노랗고, 둥그런 보름달을 피운다. 너무도 동화스러워서 꼭 안아주고 싶은 그림책. 그런데 안으면 서늘한 메시지가 거실의 에어컨을 저절로 쳐다보게 한다. 전기를 아끼자. 시원하고 달콤한 샤베트는 가게에서 사 먹고 달은 보호하자. 달은 밤하늘에 환하게 둥실 떠 있을 때가 가장 달답다. 조희양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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