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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이 일시중단된 신고리 5·6호기 현장은 근로자들의 근심과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7일 신고리 5호기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이 원전이 부식되지 않도록 하는 유지관리 작업 등 최소한의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ulsanpress.net

"한창 공사가 진행될 때만 해도 힘들어도 걱정 없이 땀 흘려 일했는데, 지금은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7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이모(51)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씨는 "공사 중단 이후 일거리가 없어져 월급이 반토막 난 탓에 당장 자식들 다음 학기 대학 등록금부터 걱정된다"며 "일거리를 찾으려 해도 원전 관련 작업만 20년 이상 해온 탓에 다른 현장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 공사 일시 중단으로 자재 부식 진행
이날 취재진이 찾은 공사 현장에서는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원전이 부식되지 않도록 하는 유지관리 작업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예정대로라면 이미 공사에 모두 쓰여야 할 자재들이지만, 녹이 쓴 채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지, 재개할지 결정하는 공론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규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공론화 기간 신규 작업 '올스톱'
 최소한 유지관리 진행 적막감만
 임금 보전 문제 근로자 깊은 한숨
 인근 상인들 적자 계속 생계 위협


 공사 현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였지만 최소한의 작업만 진행되고 있는 탓에 현장은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공사 현장을 누벼야 할 중장비들은 일감이 없는 탓에 모두 빠져 나간 지 오래였으며, 갈 곳 없는 고정식 크레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늘에서 쉬고 있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다가가 건설 중단이후 사정이 어떤지 물어보니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근로자 장모(46)씨는 "우리 업체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며 "다른 협력업체는 핵심 기술자가 이탈한 곳도 있어 공사가 재개됐을 때 제대로 된 작업이 가능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곳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당장에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임금 문제"라며 "이곳 근로자들은 특근을 포함한 일거리를 염두에 두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특근을 못해 임금이 줄어든 것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 현장을 뒤로 하고 원전 인근 마을로 내려가니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심지어 상가 건물로 지어지던 한 건물은 앙상한 골조를 드러낸 채 방치돼 있기도 했다.
 건물 윗 편에는 '2017년 7월 오픈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신암마을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조모(65·여)씨는 "이 마을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대부분이 현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정대로라면 이미 다 지어져 장사를 시작했어야 할 건물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소식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됐다"고 전했다.

# 근로자 이탈로 허리휘는 영세상인들 
원전 공사가 한창일 때는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나온 현장 근로자들로 붐볐을 거리가 단 몇 개월 만에 파리만 날리는 유령 마을이 된 상황이었다.
 장사가 되지 않는 탓에 문을 닫은 식당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나마 열려 있는 식당에서도 손님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 별미인 초계냉면으로 가게 앞까지 손님들이 진을 칠 정도로 인기 있던 한 식당은 50평이 넘는 가게에 단 한 팀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 박모(64·여)씨는 "7년 전 부산에서 재산을 정리하고 이곳에 와 근로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했다"며 "힘들 사리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원전 공사가 중단되면서 매일 매일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영세 상인들이 한 순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중단 시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호소했다.


 신암마을에서 구멍가게 겸 식당을 운영하는 진모(59·여)씨는 "담배라도 사러 오는 주민이 있으니 가게 문을 열고는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게를 정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원전 공사가 영구 중단 된다면 생계를 위해 마을을 떠나야 하는데, 마을을 벗어나 먹고 살 길이 있을지 걱정이다"고 했다.
 폭염으로 뜨겁게 달궈진 도로 위로 올라오는 아지랑이에 근로자들과 주민들의 깊은 주름은 겹쳐 보였다.
  조홍래기자 usjhr@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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