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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신임 문화재청장에 임명된 김종진 청장이 반구대암각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취임일성으로 나온 신임 문화재청장의 발언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문화재의 가치를 고려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해 당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고무적인 발언이다. 신임 문화재청장이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대한 해결 의지를 드러낸 점에서 그렇다. 특히 취임 일정으로 밝힌 포부가 갈등문제로 꼬인 반구대암각화에 대해 청장이 직접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신임 문화재청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김제시청에서 9급 지방직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고졸 신화'를 쓴 정통 행정 관료다. 군 복무를 한 뒤 문화재청의 전신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 7급 공무원으로 다시 입사해 주경야독으로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2013년까지 문화재청에서 일하며 기념물과장과 사적과장, 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잠시 문화재청을 떠났다가 10개월 만인 2014년 7월 1급인 차장으로 돌아왔다. 지방직을 거치긴 했지만 문화재청 출신으로는 내부 승진을 통해 청장에 오른 첫 번째 사례다. 일처리가 꼼꼼하면서도 치밀하고 업무 장악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품이 원만하고 온화해 문화재 보존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데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신임 김 청장의 이같은 이력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김 청장의 지적처럼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장이 할 수 있는 결정사안에서 벗어난 문제도 많이 노정돼 있다. 특히 갈등의 조정이라는 측면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해법의 본질이 아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를 자짓 지자체와 정부, 지자체와 지자체 간의 이해를 다투는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은 철저하게 반구대암각화의 가치와 보존에 집중해야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신임 김 청장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이미 학습을 했겠지만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는 10년에 걸친 얽히고 설킨 복잡한 문제다. 이미 주지했겠지만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을 위한 생태제방안은 부결됐다. 지난번 부결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애초부터 생태제방안은 문화재청의 보존안에서 배제됐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울산시와 함께 사업비를 투입해가면서 생태제방안 용역을 실시했다. 이는 한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쇼를 한 것이다. 어떤 의도로 국민 예산까지 끌어들여 용역을 벌이는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는 울산시가 줄곧 주장해온 생태제방안을 퇴출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문화재청의 쇼에 울산시가 놀아난 셈이다.

 이는 대표적인 정부기관의 지역 홀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홀대를 넘어 멸시에 가까운 사례다. 문화재위원들이 주장하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원형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보다 정확한 개념정리부터 해야 할 시점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암각화 자체의 보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해당 유산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문화재청은 이 본질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 있다. 십 수 년을 끌어온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가 이제  다시 표류하는 상황에서 그 답은 아이러니 하지만 정치적 해결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도 더 이상 문화재청에 문제의 해결을 맡겨둘 일이 아니다. 문화계에서도 정부가 더 이상 문화재위원들의 결정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암각화 연구자들은 "암각화 유적은 울산 것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것이다. 정부는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겠다고 하는데, 전 세계인과 유적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겠다고 하면서 한국정부 스스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구대암각화 자체를 보존의 중심에 두고 보다 현실적인 보존안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계속 지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가진 울산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 울산은 매일같이 낙동강 물을 1억6,000여만원의 세금을 투입해 사오고 있다. 사연댐의 물을 빼면 반구대암각화가 보존이 된다는 논리가 얼마나 억지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근거다. 그동안 문화재청과 일부 중앙 정치인 학자들은 마치 울산시민들을 문화재 보존에 우매한 사람으로 낙인찍어 울산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신임 청장은 이같은 과정을 제대로 살펴 반구대암각화 보존 해법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하게 접근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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