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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소빈 농서초 행정실장

1636년 개교 이래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신입생 중 소수인종비율이 최초로 50%가 넘어 백인을 추월했다는 최근 기사를 보았다. 아시안, 흑인, 라틴계, 아메리칸 인디언, 하와이 원주민에게 입학전형에서 가산점을 주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해 온 결과라고 했다.

 작년 초 나는 생애 첫 해외여행지로 미국 하버드대를 선택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버킷리스트였다. 직항 국적기 대신 기내에서 영어도 접하고 여행비도 절약되는 유나이티드항공편으로 일본 경유 23시간 만에 뉴왁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꼬박 하루가 지나 뉴욕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영하 13도의 매서운 추위도 견뎌낼 만큼 가슴이 벅찼고 설레었다.
 하버드대학교는 진리와 지혜의 상징인 베리타스(VERITAS) 교표가 교문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몇 백 년의 긴 세월을 견뎌낸 대학 건물의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에 압도됐다.

 학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버드 야드에 위치한 존 하버드 동상의 왼발 끝을 만지면 자손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는 전설을 듣고는 가족 인증샷을 찍은 것. 세계 최고의 공부벌레들만 모인 곳이라 엄숙한 분위기에 주눅 들까 걱정했는데 관광객에게 오히려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캠퍼스를 누비는 대학생들이 생기 있고 활기찼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마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라 대학생들이 그룹별로 건물을 이동하며, 선배들이 열심히 설명해주는 정감어린 모습에 후배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서로 박자를 맞추어 나아가는 하버드의 학문의 정진은 무한대처럼 보였다.
 2015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남학생이 하버드대에 합격한 소식이 화제가 됐다. 그 주인공은 소말리아를 여행했던 미국 펀드매니저가 투자해 세운 소수정예 기숙학교에 수석 입학한 가난했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수업, 스포츠활동, 봉사활동, 국제경험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하버드대에 도전했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교육은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교육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 왔고, 교육은 유일한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돼 왔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하면 된다' 는 기회균등의 신화였다. '개천에서 용 난다' 는 말이 사라진 요즈음, 부모 없이 자란 소말리아 남학생의 잠재력에 투자해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시킨 하버드대는 세계를 무대로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상징적인 교육희망사다리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수능 D-100일이 지났다. 막바지 수험생활로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울산의 고3학생들의 저력을 믿고, 혼신을 다해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믿고, 자녀 뒷바라지에 희생하는 학부모들의 정성을 믿는다면 어느새 울산교육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사다리가 돼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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