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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10개월여 앞두고 울산시의원들이 제대로 된 검토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조례안 발의를 남발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찬반 논란은 물론 지역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 의정활동 실적을 올리기 위한 '선거용 조례 발의'인 셈인데, 울산시민 전체의 민생과 직결된 자치법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울산시의회 사무처가 집계한 이번 제6대(2014년 7월 1일~2017년 6월 30일) 시의회 의원발의 조례안은 모두 83건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44건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집중됐다.
 시기별 의원발의 조례안 건수를 보면, 6대 시의원 임기가 시작된 2014년 하반기에 이어 2015년 상·하반기에는 각각 10건씩이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9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 23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 상반기만 21건의 조례가 의원발의를 통해 입법화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조례안 발의에 뛰어든 결과다.
 무엇보다 이러한 조례안 발의 경쟁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시의회 정례회를 통해 4건의 의원발의 조례가 처리됐고, 현재 9월 임시회 통과를 목표로 발의 대기중인 조례안만 총 10건에 이를 정도로 조례안 발의 열풍이 불고 있다.
 문제는 의원들이 충분한 검토나 이해당사자,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하거나 요식행위에 그친 조례안을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찬반 논란과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임현철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울산시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은 집행부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울산시가 제시한 생태제방안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이 원점을 돌아간 상황에서 이 조례를 만들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게 시의 '부동의' 이유다.
 이 조례는 지난 4월에 추진하다 시의 반대에 막혀 철회한 뒤 재추진하는 것으로, 시는 조례안 발의를 암각화 보존방안 확정 뒤로 늦출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교육위원인 최유경 의원과 예산결산특위원장인 문병원 의원이 각각 발의할 예정인 '울산시 학생인권 조례'는 학생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찬성 측과 학교 기본질서 붕괴를 주장하는 반대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회운영위원장인 정치락 의원이 다음달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인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선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일선 구·군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구·군의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행정사무감사 대상기관을 규정한 지방자치법과 이 법 시행령의 상충되는 문구를 바로잡는 것이 기본 취지지만, 조례 개정과 관련해 구·군의회와 사전 협의조차도 없었다며 5개 구·군의장들은 개정 철회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위원장인 고호근 의원이 발의해 지난 7월 정례회를 통과한 '울산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도 "주민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조례"라며 환경·시민단체들이 성토대상이 되고 있다.

 안전한 울산만들기 운동본부는 이 조례에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 고지 조항과 화학물질 지역협의회 구성 조항이 제외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아울러 화학물질 관리 실태조사 대상에 유독물질 소량 취급사업장을 포함시키고, 화학물질정보센터 운영 등의 내용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교육위원장인 김종래 의원이 제정을 추진 중인 '울산시 유치원 유아모집·선발에 관한 조례'도 공·사립유치원 간의 형평성 문제와 행·재정적 지원 격차 등을 이유로 찬반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시의원들의 이 같은 설익은 조례안 남발이 가능한 것은 반드시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야 하는 집행기관의 조례 입법절차와 달리 의원 발의는 업무 소관부서의 의견조회만 그치면 되고, 발의 여부에 관한 전권은 해당 시의원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인데, 일부 상임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법예고 '의무화' 등과 같은 의회 내부의 조정기능이 절실한 게 현실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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