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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방의회 선진화 방안 중 정책지원 전문인력, 즉 '정책보좌관제 도입'은 울산시의회는 물론 전국 시·도의원들의 해묵은 숙원이다. 지방의회 초창기 무급 명예직 시절부터 의정활동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째 같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의회 초기부터 도입 논의에도 정부·시민단체 반대
지방사무 증가에 비해 광역의원 지원 부족 목소리
의원 개인 능력 향상·기존 인력 활용 주장도 팽팽
올해만 16억원 추가예산 필요 인건비 부담도 문제
추미애 의원 등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 주목


 당시 지원인력이 절실했던 울산시의원들 중 경제적 여력이 있는 몇몇은 월 150~200만원의 사비를 들여 개인 보좌인력을 두고 의정활동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시의회는 또 지난 2006년 말엔 행정사무감사 인턴보좌관 5명을 채용키로 하고, 2007년 당초예산에 인건비 5,000여만 원을 반영했다가 시민단체 반대와 행정안전부의 삭감권고를 받고 예산을 전액 삭감한 적도 있다.

 이후 지난 2010년 말에는 경기도의회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소요예산 20억원을 새해 예산안에 반영,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 울산시의회도 2011년 제1회 추경예산안 관련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등 지금까지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을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 시민사회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국 시·도의회가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론 광역의원 위상 제고와 집행기관 견제기능 강화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의정활동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문성 강화'다. 지방행정 환경이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고,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으로 지방 사무가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광역의원에 대한 입법·정책적 지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시·도의회의 주장이다.

 게다가 국가 총지출 중 지방지출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확대와 지방행정 사무의 전문화로 의안 심의나 사무 감사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광역의원에 대한 보좌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꼽는다.

 물론, 주장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얘기다. 의정활동이 상임위별 세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의 복잡한 행정을 시·도의원 단독으로 지역 현안과 연계한 정책 대안을 만들고 입법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각 시·도별 4~5조원에 이르는 한해 예산·결산을 빈틈없이 심의하는 것도 전문인력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정부는 광역의회 정책보좌관제 도입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복잡·다양화되는 지방행정에 대한 대응과 접근은 시·도의원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문제인데, 이를 정책보좌관제 도입의 구실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부족한 부분은 시·도의회 사무처 소속의 입법·정책지원인력(울산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7명)을 활용하면 된다는 게 시민단체와 정부의 입장이다. 시민들도 "보좌관을 둔 시·도의원들이 '작은 국회의원' 흉내나 내고 다닐 것"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역의회의 정책보좌관제 도입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견해와 함께 가장 큰 걸림돌은 전문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등의 부담을 시민들이 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광역의회 정책보좌관제 도입에 따른 비용을 추계한 결과, 울산시의회의 경우 인건비와 인력증원에 따른 기본경비를 합쳐 한해(2018년 기준) 16억9,400만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향후 5년간 추가 재정은 2018년 614억4,800만원, 2019년 630억1,400만원, 2020년 646억2,600만원, 2021년 661억7,400만원, 2022년 677억6,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광역의원 정책보좌관제 도입 내용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근거로 추계한 비용이며, 울산시의원 재적의원 총수(22명)에 해당하는 인력(6급 상당)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7월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이어 같은 해 11월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올 5월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건이다.
 이 가운데 추미애·김광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선 '시·도의원 재적의원 총수'에 해당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두도록 한 반면, 정병국 의원 법안은 '시·도의원 재적의원 총수 이하'의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두도록 규정해 점진적·단계적 채용이 가능하도록 차별화했다.

 이들 법안에선 모두 지방의회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지방의회 전문성은 집행기관에 비해 떨어져 집행부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보좌관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광역의원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보좌관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지방의원들이 보여준 빗나간 행태가 쌓인 불신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적폐'를 혁신할 수 있도록 광역의회와 의원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이 숙원 해결의 첩경이란 지적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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