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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를 이끄는 두 수레바퀴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은 권력을 독점하는 현행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 제도다. 두 바퀴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현재 모습이다.
이러한 지방권력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견제와 균형의 상생구조 하에서 지방자치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다.

잦은 인사이동 업무 연속·전문성 축적 애로도
집행-의결기관 분리 상호견제 균형 목적 불구
지난 20년동안 인사권독립 개정안만 수십여건
20대 국회서도 3건이나 발의 불구 여전히 낮잠
불합리한 현실 알리고 정치권 설득 등 나서야

현행 법제도 하에선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권을 단체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이름만 지방의회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예속된 기구나 마찬가지다.
지난 20여 년간 전국 시·도의회가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외면으로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를 기관통합형이 아닌 기관분립형을 채택한 이유는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상호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해 지방자치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
울산시의회도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전국 시·도의회와 공동보조를 취하며 인사권 독립을 주장해왔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분리된 기관 구조에서 의회사무기구 직원의 임면권은 단체장이 갖고 의회의장은 추천권만 갖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의회사무기구의 인사권 독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시·도의회의 기본 입장이다.
단체장이 인사권을 독점한 현 상황에선 지방의회 직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지방의회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게다가 단체장 임용권 하에 놓인 의회 사무직원을 통해서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감시가 충실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특히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견제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각 상임위에 배치된 전문위원의 조력이 필수다. 전문위원은 집행부의 예산 운용이나 각 사업의 부적정한 행태를 꼬집어낼 수 있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 그런 소신 있는 공무원은 그날로 단체장에게 '미운오리새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을 담아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개정안만 줄잡아 수십 건에 달하지만, 후속조치인 법 개정은 여전히 국회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20대 국회 들어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된 상태지만, 중앙정치권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언제 심의가 이뤄질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7월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선 지방의회 인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면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광역 및 기초의회는 물론 집행기관과의 상호 인사교류를 위한 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안에서도 같은 내용을 담으면서 지방의회 예산 독립을 위해 지방의회 소관 세출예산 편성권을 지방의회 의장에 부여토록 규정한 게 특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따른 비용을 추계한 결과, 울산시의회의 경우 인사담당 직원의 1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고, 정책보좌관 22명이 증원되면 사무처 직원은 현재 61명에서 83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인사담당 5급을 증원하면 인건비와 기본경비 등을 포함해 연간 9,090만원, 6급은 7,36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됐다. 이처럼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따른 추가 비용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법 개정법안 발의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갈수록 지방의회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 및 전문성은 집행기관에 비해 취약해 상호 견제와 균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정치권을 설득해 인사권 독립을 이뤄낼 의지와 열정이 지방의원들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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