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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경 학성동 지방행정서기보

"총각, 옛날에 학성공원 어땠는지 아는교? 학성공원이 청춘이었데이. 여기서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소풍도 오고 춤도 추고 다했다 아이가."

 얼마 전 학성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분이 날 보며 한 말이다.
 학성동에서만 40년 가까이 사신 그 노인분은 학성동 주민으로서 학성공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학성공원에 대한 추억거리를 이야기하시는 내내 표정은 너무 행복해 보였고 학성동 주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과거 학성공원은 변변한 도심 속 공원이 없던 울산의 유일한 공원으로서 소풍 단골명소, 관광지, 만남의 장소, 휴식 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해온, 울산과 함께 성장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 당시 학성공원은 울산 그 어느 공원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장소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주변지역의 노후화·슬럼화 현상으로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그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다.

 요즘 시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시대에서 관광이라는 분야에서는 하나의 장소와 그 장소가 지닌 가치나 의미가 단순한 일대일 대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문화적 관광명소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에펠탑이라는 장소는 문화적 가치, 예술적 가치, 역사적 가치, 또한 경제적 가치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에펠탑을 보며 누군가는 에펠탑 자체를 보고 감명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예술적인 측면에서의 가치, 또는 건축사 분야에 있어서의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며 관광수입에 따른 경제적 가치 또한 무한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성공원은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도산(島山), 평지에 솟아 있어 산이 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바로 지금의 학성공원이고 이곳에 쌓은 성을 도산성이라고 일컫는다. 또한 일본군들이 쌓은 성이라고 하여 울산왜성이라고도 불린다. 1597년, 1598년 정유재란 당시 두 해에 걸쳐 조명연합군과 일본군의 피비린내 나는 도산성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내던지며 우리들이 밟고 있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치셨다. 그냥 도심 속 공원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유서 깊은 공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울산에 변변한 도심 속 공원이 없던 시절, 학성공원은 만남의 장소이자, 야외카페이자 쉼터였다. 학창시절 학성공원으로 소풍을 가고 여가시간을 보냈던 아름다운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작게는 학성동, 크게는 울산과 함께 세월을 보내온 울산의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학성공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흠 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도시 슬럼화와 노후화로 학성공원 주변의 경제적 가치는 많이 하락했다.

 현재 학성공원은 행정 지원과 시민들의 많은 관심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힘차게 하는 중이다. 지금 학성공원은 도시경관 조성사업인 '학성 르네상스' 사업이 한창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지금 학성공원에서 있었던 정유재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형상화하고 학성공원 진입로와 주차장 사이에 성벽을 쌓고 장군 동상 등의 조형물 건립을 통한 '상징 동산 조성', 도산성에서 있었던 13일 간의 전투를 기록한 '메모리얼 로드 조성', 잔디 블럭을 활용한 '생태주차장 조성' 등이다. 이를 통해 학성공원의 옛 명성을 되찾고 학성동 고유의 지역브랜드 창출로 관광자원화를 하는 것이다. '학성 르네상스' 사업이 사업이 완료되면 학성공원이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주변 상권 활성화로 그 일대가 활기차게 바뀔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아버지는 과거 30년, 40년 전을 회상하셨다. 앞으로 30년, 40년 후 학성공원의 모습은 어떨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학성공원을 바라본다면 30년, 40년 후의 학성공원은 어느 누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우리 학성공원이 닳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심 속 공원으로 항상 우리를 반겨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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