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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숙원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규모가 대폭 축소됐음에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인데, 울산 등 지방에 불합리한 예타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기획재정부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사업 예타에서 사업추진 의지, 준비정도 등 정책적 분석에서는 높게 평가됐으나 평가항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 분석에서 비용편익비율(B/C)이 1 이하(0.16)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예타에서 비용편익비율이 1 이상인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낮을 때는 사실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

 사업 추진 과정 규모 축소 불구
 예타조사서'경제성 없다' 나와
 불합리한 평가 방식 개선 지적


 국립산박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울산 공약사업으로 채택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시는 2014년 남구 울산대공원, 중구 다운목장 터, 북구 강동관광단지 등 3곳을 평가해 남구 울산대공원을 국립산박 입지로 최종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서울 용산지역에 계획됐던 국립산박이 울산으로 옮겨오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1조2,000억원에서 1,865억원으로 6/1 이상 줄었다. 세계 최대의 규모로 국내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국립 위상에 걸맞지 않는 규모까지 축소된 것이다.


 대규모 사업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무산된 것은 울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예타방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예타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평가다.
대상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다.
 예타는 경제성 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결과를 토대로 다기준분석의 일종인 계층화분석법(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을 활용해 수치를 도출한다. 일반적으로 AHP가 0.5 이상이면 사업시행이 바람직함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울산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분야는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분야다.
 경제성 분석의 비용편익비율(B/C)은 조건부가치측정법(CVM) 설문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전국 1,000명의 시민에게 박물관 건립 시 5년간 추가적인 소득세 지불의사액을 물어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도별 가구수 비율로 대상인원을 정하다 보니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이 1,000명 가운데 53.1%를 차지하고, 정작 사업 대상지인 울산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에 박물관을 짓기 위한 경제성을 평가를 사실상 수도권 주민들이 결정하는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분야에서도 지역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역낙후도 개선 등을 분석하는데 울산의 낙후도는 서울 다음으로 전국 2위 수준이다. 지역발전 정도가 높아 사업의 필요성이 낮은 것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산업수도 울산시민의 자긍심에 큰 상처 입힌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성숙되면 국립산박의 건립 취지를 살리는 방안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 사업추진이 무산되는 것 행정의 일관성 및 신뢰성을 감안할 때 수용 곤란하다"며 "국가의 정책사업, 대선공약사업 등에 대해서는 예타를 면제하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창훈기자 usjc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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