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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최근 발표된 실적을 보면 현대차의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대수는 219만7,6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해외 판매가 12.9%나 줄어든 탓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4%와 34.3% 감소했다. 올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2%나 떨어지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올 하반기에도 현대차 경영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계속되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 판매가 회복되기 힘든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33.8%의 지분을 보유한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올해도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파업의 강도를 더 올리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현대차 윤갑한 사장은 지난 18일 24차 임단협 교섭에서 작심 발언을 하고 나섰다. 그는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 누리던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노조는 회사가 엄연히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향후 특근도 불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냉정한 현실을 단호하게 말했다. 윤 사장은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밝힌 셈이다. 윤 사장은 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더 나아가 한미FTA 개정 요구와 세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 등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20년까지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우려를 지금 현대차 노조 말고는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노조는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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