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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를 비롯한 전국 시·도의회가 지방의회 선진화 방안으로 내놓은 4가지 핵심안 중 '광역의원 후원회 허용'은 정책보좌관제 도입과 함께 가장 큰 논란거리다. 두 가지 모두 광역의원의 지위 강화와 직결된 문제인데, 애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직이 점차 권력화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광역의원들에게 후원회를 허용할 경우 인허가를 위한 대가성 후원이나 이권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후원회 도입의 걸림돌이다.

 

국회의원·지자체장과 형평성위배·의정활동 위축
전국시도의회 헌법소원·법개정 건의 전방위 추진
중앙선관위, 합법조달 필요 국회에 의견전달 성과
인허가 대가성·이권 개입소지 차단 대책 마련 우선
무보수 명예직 인식 국민들 부정적 입장 설득 관건


 또 국회의원처럼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다른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게 돼 그동안 악용된 정치자금 모금과 집행의 행태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광역의원 후원회 도입에 앞서 '지방 정경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시·도의회도 '국회의원 따라하기'라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후원회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광역의원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강화로 지방자치제의 여건도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부작용 논란으로 지난 2006년 폐지됐던 '정당 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하면서 지방의원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한 광역의원 후원회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가 광역의원 후원회 허용을 주장하며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형평성' 문제다.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에게는 후원회를 허용하면서 광역의원 후보자의 후원회는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전국 시·도의회의 주장이다.
 이는 경제적 약자가 광역의원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해 시·도의회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량과 역할 면에서 국회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역의원들은 후원회 부재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고민 중인 현역 광역의원과 인사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울산시의회 A의원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시의원 대부분은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빚을 지게 되는데, 과도한 채무로 인해 정치의 꿈을 접는 사례도 빈번하다"면서 "결국수많은 젊은 정치 신인들이 정치자금의 벽에 가로막혀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시·도의원들은 이러한 현실적 절박성을 고려해 지난해 5월 '광역의원 후원회 설치제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낸데 이어 최근에는 후원회 허용을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을 여야 정당 대표들에게 건의하는 등 제도 도입 관철을 위한 전방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는 여야 정당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자 등에만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평등의 원인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시·도의회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의 정치활동은 그 질과 양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후원회 허용에 있어 차별취급을 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지난 2000년 6월 1일 판결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지방자치 강화로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간의 활동범위 차이는 더 이상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은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4년 11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 의원은 명예직으로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에 현재 시·도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아울러 광역의원 후원회 금지가 후원회 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하고 적정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광역의원 후원회는 정치자금 양성화와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선 후원회지정권자에 광역의원 선거 후보자를 신설하고 '광역의원 선거 시 광역의원 후보자도 선거비용제한액의 범위 내에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광역의원 후원회 도입에 대해 아직 중앙정치권에선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올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선 수용 입장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광역의원도 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의 제안에 대해 "현행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제외된 지방의원 후보자도 후원회를 줄 수 있도록 해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국회에도 입장을 전달했다.


 이처럼 광역의원 후원회 허용에 대해 제도권 차원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작용을 우려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설득하고 우려를 걷어낼 수 있는 근본적 정치를 마련하는 일은 광역의회와 중앙정치권의 몫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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