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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섭 미술평론가 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핵(核)에너지를 없애고 섹스에너지를 높이자!"
인간본능에 호소하는 주장으로 포르노 스타 '일로나 스탈러'는 1987년 이탈리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러브 당(黨)'까지 창당하고 현대미술계 트러블 메이커인 '제프 쿤스'와 '91년에 결혼하자 야단법석이 났다. 왜 포르노스타와 현대미술 작가가 결혼했는지 구구한 설명과 나름의 주장이 떠돌았다. 사랑에는 인종과 국경이 없다는 진부한 말이 있기는 하지만. 더 놀랄 일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와 적나라하게 벌인 섹스장면을 고스란히 사진과 조각으로 발표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포르노냐 예술이냐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러 무대세트를 만들어 공개 섹스장면을 찍었으니 그 논쟁은 너무도 뜨거웠다. 
제프 쿤스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사업기질이 특출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에 유명작가 그림을 모사해서 자기사인까지 넣어서 팔았다. 어린 쿤스는 초현실주의 작가인 '달리'가 잠깐 머물던 뉴욕호텔까지 찾아가는 열성을 부리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을 치밀하게 실행했다. '치치올리나'로 이름을 바꾼 포르노스타와 결혼해서 섹스장면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판 그의 사업기질은 오늘날 그를 엄청나게 부유한 작가로 만들었다. 자신의 결혼까지도 명성을 위해 도구로 사용했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시대를 그의 작품만큼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우리 눈앞에 들이대는 작가는 없다. 대중이 원하고,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따라갈 작가는 없다. 그가 하는 모든 작품들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자신의 경험 그리고 현대물질사회를 지칭하는 하찮거나 싸구려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생활용품, 농구공, 진공청소기 심지어 알루미늄 풍선까지 말이다. 이런 그의 작품에서 경박함과 속물 특성을 찾아내 비난을 퍼붓는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이 부조리와 비합리로 쌓여있지만 그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우리생활과 행동과 생각을 드러내는 행위 이상이 아님을 제프 쿤스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예술이 잘난 척, 멋있는 척해도 우리를 벗어나면 그것은 그 어떤 의미도 부여받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치치올리나와 함께 만든 '메이드 인 해븐(Made in Maven)'을 발표하더니 빌바오 구겐하임 개막전시에는 미술관 입구에 거대한 식물강아지를 만들어냈다. 하긴 그 작품도 이미 록펠러재단 건물 앞에서 2000년에 이미 발표했던 작품이긴 하다. 지금은 알루미늄 풍선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스테인리스에 유리광택 마감을 하고 채색하여 마치 풍선같은 느낌을 주는 이 풍선시리즈는 그의 사업가 기질답게 크기는 물론이고 강아지인지 하트인지에 따라 심지어는 색깔에 따라 작품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하지만 그것을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은 넘쳐난다. 현대인의 물질욕은 끝이 없다. 보통 눈에는 그게 뭔 일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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