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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문화위원회 현안보고 및 결산심사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가 이슈화됐다. 이 자리에서 지역구 의원인 강길부 의원은 "지난달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세 번째 부결된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안은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맑은 물 공급사업을 통한 수위조절안이 현실적 대안인 만큼 문체부와 총리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지역구 의원이 생태제방안을 두고 퇴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수년째 갈등만 되풀이 하는 맑은물공급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것은 참으로 딱하다. 자신의 소신일지는 몰라도 울산시민의 상당수가 지지하고 있는 생태제방안에 대해 이같은 막말을 하는 사람이 울산의 지역구 의원이라는 놀라울 따름이다.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는 "총리실 주도로 지자체 및 관련기관과 적극 협의하여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울산 시민들에게 맑은 물 공급과 반구대 암각화가 보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말 그대로라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을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안이다. 지난주  울산시장과 신임 문화재청장이 첫 만남을 가졌다. 문화재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울산을 찾은 만큼 반구대암각화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가는데 그쳤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울산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지난 7일 임명된 김 청장의 지방자치단체 첫 방문으로, 김기현 울산시장과 면담에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반구대암각화 보전과 울산의 식수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시장은 "20년 다 돼가는 세월동안 수많은 토론을 했고 실험적인 방법을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방안(생태제방안)도 번복됐다"며 "어떻게 하자는 건지, 하지 말자는 건지, 계속 훼손되는 상태를 보자는 것인지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반구대암각화를 통해 두 기관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보존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대안없는 반대로 사실상 왜 반대를 해야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생태제방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원이나 잘해보자는 원론만 반복하는 정부가 다시 총리실 주도의 해결책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를 이야기할 만큼 이 문제에 애착을 보였다. 김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문화재의 가치를 고려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해 당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고무적인 발언이었다. 신임 문화재청장이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대한 해결 의지를 드러낸 점에서 그렇다. 특히 취임과 함께 반구대암각화를 찾아 직접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는 10년에 걸친 얽히고 설킨 복잡한 문제다. 이미 주지했겠지만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을 위한 생태제방안은 부결됐다. 지난번 부결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애초부터 생태제방안은 문화재청의 보존안에서 배제됐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울산시와 함께 사업비를 투입해가면서 생태제방안 용역을 실시했다. 이는 한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쇼를 한 것이다. 

 이는 대표적인 정부기관의 지역 홀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홀대를 넘어 멸시에 가까운 사례다. 문화재위원들이 주장하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원형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보다 정확한 개념정리부터 해야 할 시점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암각화 자체의 보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해당 유산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문화재청은 이 본질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 있다. 십 수 년을 끌어온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가 이제  다시 표류하는 상황에서 그 답은 아이러니 하지만 정치적 해결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도 더 이상 문화재청에 문제의 해결을 맡겨둘 일이 아니다. 문화계에서도 정부가 더 이상 문화재위원들의 결정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가진 울산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 울산은 매일같이 낙동강 물을 1억6,000여만원의 세금을 투입해 사오고 있다. 사연댐의 물을 빼면 반구대암각화가 보존이 된다는 논리가 얼마나 억지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근거다. 그동안 문화재청과 일부 중앙 정치인 학자들은 마치 울산시민들을 문화재 보존에 우매한 사람으로 낙인찍어 울산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그런데 새 정부는 또 이 문제를 과거 방식으로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발상, 새로운 접근법으로 풀어가려는 의지가 없다. 참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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