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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수리하다                                                                                 

배옥주
 
도무지 안 읽혀요, 꼭 복원해야 합니까?
해부하던 구름을 심드렁하게 밀치는 Y씨
 
자꾸 다운되던 아버지의 징후가 왠지 불안했어요
눈가 주름이 파르르 떨리곤 할 때
백업하지 않은 건 제 불찰
햇무리아버지 새털아버지 안개아버지
새 폴더마다 그려진 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닐 거라 믿었죠
 
머리 위에서 운석이 충돌했나?
마른번개 번득이는 날
프로그램 깨진 아버지의 동공을 뒤적이지만
먹통구름에 매달린 산소호흡기 떼어내기 전까지
하드의 기억은 압화처럼 생생할 거라 생각했죠
 
빗나간 일기예보의 파일 경로를 추적하는 구름수리공 Y씨
천둥소린 공허해!
중얼중얼, 감염된 데이터를 해체하네요
 
복제 개 스너피의 새끼처럼
사학자들이 발굴한 왕의 자서전처럼
재생하고 싶어요 한 줄기
빛의 입맞춤으로 하늘의 꽃*이 될 수도 있을 저 구름
 
구름의 장기를 이식한 하늘에서
진화한 추억이 우박처럼 쏟아져요
 
*타고르: 먹구름은 한 줄기 빛의 입맞춤으로 하늘의 꽃이 된다네

● 배옥주 시인- 부산 출생. 2008년 '서정시학' 등단, 시집 '오후의 지퍼들'이 있음.
 

▲ 박성규 시인

처서를 앞두고 겨울 김장용 배추씨를 파종했다. 봄여름 내내 가뭄에 시달리다가 근래 내린 비로 어느 정도는 해갈한 덕에 파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며칠 후 파종을 한 밭에 싹이 텄는지 나가 보았더니 난데없는 참새 떼가 몰려와 죄다 땅을 파 헤쳐서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는가. 저들도 먹고 살자는데 할 수 없이 다시 씨앗을 싸다가 뿌렸지만 영락없이 다시 몰려와서는 다 헤집어서 엉망으로 만들고는 도망가 버렸다.
 봄에는 멧세 떼들한테 당하고 지금은 참새 떼들한테 당하고 나니 어이가 없지만 삼세판이라고 다시 씨앗을 싸다가 파종을 해 놓긴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저네들도 그동안 가뭄 때문에 제대로 먹을 것이 없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올해 같은 기후라면 가뭄이 들기 전에 구름을 잡아다가 가두든지 구름을 수리하든지 해서 비라도 내리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갈수록 이상기후에 직면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만 탓하며 지내야 하는 농심은 누구에게 위로 받을까. 참새 떼가 많은 곳이 분명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싹 트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느 새 허수아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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