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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에 들어간 현대차 노사가 넉 달을 넘기고도 아직 잠정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현대차가 처한 현실을 볼 때, 임단협 교섭은 커녕 기업 존속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노사간 협력을 다져도 모자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교섭에 이끌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위기를 외부에서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태평연월을 만끽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님은 누구나 인정할 상황이다. 한 마디로 초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현대차의 판매실적, 점유율, 영업이익률 등 기업의 건전성과 향후 성장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보면 어느 하나도 희망적인 것 없다.

그런데도 '교섭'이라는 이름으로 노조와 마주 앉아 기업실정을 하소연해야 하는 회사 입장은 참으로 딱하게 보인다. 사드사태로 중국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는 미국시장을 비롯한 여타 해외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제쯤 사태가 해결될지도 점칠 수 없다. 물론 노조 입장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만 부추기는 투쟁성 구호를 외칠 때도 아니다.

기업정보를 제공받는 노조지도부는 현재 자신들의 일터가 처한 입장을 세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는 정치적 격변 못지않게 경제분야 역시 엄청난 회오리가 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현대중공업이 수족을 잘라내는 고통을 겪으며 회생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1위 기업도 이럴 정도인데 하물며 안정권에 들지 못한 현대차가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노조는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 타격도 보통일 아니다. 그 동안 노조는 일곱 차례나 파업을 해 3만여 대, 6,200억원 규모의 차질을 빚게 했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는 정취근무도 힘겹게 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볼 때, 현대차 교섭은 벌써 끝났어야 한다. 여기에다 다음 달에는 새 집행부 선거도 있다. 교섭은 노조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랑을 할 때가 아니다. 교섭은 1년 플랜이지만, 기업발전은 장기플랜이다. 하루하루 세상 돌아가는 것이 현대차 노사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노사가 공감한다면 지금 당장 교섭을 끝낼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때를 놓지면 전부를 잃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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