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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을 되살려고 새롭게 고치는 문화는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니다. 오래된 것으로부터의 자극과 뿌리에 대한 천착은 정체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울산의 경우 신라천년의 배후지로 울산문화권이라는 독특한 문화권을 가진 지역이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화와 공업화의 전진기지로 부각되면서 근대 이전의 문화는 대부분 사장되다시피 했다.

그 문화중의 하나가 고래잡이다. 울산의 고래문화는 선사시대로부터 기인하는 오래된 문화다. 남구 황성동에 그 흔적이 있고 울주에 암각화로 증좌가 버티고 있다. 문제는 현대의 일이다. 러시아 포경선단의 고래잡이 기지가 장생포로 귀착된 것은 러시아의 극동진출 야욕이 깔린 탐욕이었지만 장생포가 그 기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뒤 장생포는 포경선단의 흥청이던 항구로 상당기간 고래도시의 상징이 됐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대한민국 공업화의 시작을 알리는 대포소리가 터졌다. 공업센터 기공식의 역시다.

그 오랜 옛 것이 공존한 장생포가 이제 다시 한번 새롭게 변신한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방치된 냉동창고가 각종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는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남구는 장생포 일원의 '옛 세창 냉동 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장생포 예술창작소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남구는 지난 1973년 지어진 후 냉동창고로 쓰이다 수년 째 방치된 해당 건물을 29억원을 들여 매입한 후 정밀안전진단 및 내진성능평가 용역을 완료했다.

역사를 지닌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안정성이 검증됨에 따라 내부 리모델링을 위한 실시설계용역을 오는 9월부터 실시해 내년 초 마무리할 계획이다. '장생포 예술창작소' 조성을 통해 지상6층 연면적 6,199㎡에 달하는 건물 전체로 각종 예술 공간이 마련됨으로써 울산의 문화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층에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 들어선다. 울산은 지난 1962년 허허벌판이던 남구 매암동에서 열린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3대 주력 산업을 이끌어가며 국내산업과 무역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울산의 발원지를 오래된 냉동창고에서 새롭게 살려내 기념관으로 만들고 나머지 공간은 예술인들의 혼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바뀐다니 기대가 크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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