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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삼호동과 중구 태화동 주민들의 해묵은 숙원인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관철을 위해 지역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업의 열쇠를 쥔 울산시는 어려운 재정여건을 이유로 미온적이지만, 주택가를 관통하는 송전선로로 인해 40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주거·생활환경 개선을 외면할 수 없다며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주민여론을 등에 업고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과 울산시의회 이성룡·김종래 의원은 올해 초부터 중앙과 지역으로 나눈 역할 분담을 통해 한국전력 경영진 면담과 울산시 시정·서면질문 등을 통해 끈질기게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 울산시의회 이성룡·김종래 의원은 29일 시의사당 다목적회의실에서 이채익 국회의원, 남구 삼호동·중구 태화동 주민, 남구의원, 한전 및 울산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호동·태화동 지역 고압 송전선로 및 송전철탑 지중화사업 촉구 간담회'를 가졌다. 유은경기자 usyek@

 29일 울산시의회 4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삼호·태화동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촉구 간담회'도 지역 정치권이 주도했다. 시의회 이성룡·김종래 의원이 주관한 이날 간담회에는 국회 산자위에서 활동 중인 이채익 의원과 시·구의원, 한전 측에선 김시호 부사장, 김재승 송변전운영처장, 하희봉 부산울산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울산시에선 전경술 창조경제본부장과 이영환 에너지산업과장이 함께 한 가운데 주민 40여명이 참석해 송전선로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초를 토로하며 지중화 사업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이채익 의원은 "삼호·태화동 지중화 사업은 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도심지 한복판에 위치하는 송전선로와 철탑으로 인해 주민의 건강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면서 "울산시와 한전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중화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삼호·태화동 일대는 주거 밀집지역이자 상업지역임에도 주택가 바로 옆에 송전철탑이 있고, 특히 옥현초등 인근에는 154㎸의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는 등 주민과 어린이들이 전자파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건강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하루속히 지중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지중화 사업의 전체 공사비의 50%를 지자체가 부담할 경우 지중화심의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시호 한전 부사장은 "현재 삼호동에서 태화동으로 연결되는 기설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는 약 315억원이 소요되나, 한전에서는 지난해 4월 내부지침 변경을 통해 지자체의 요청사업일 경우 지중화 사업비의 50%를 한전에서 부담하고, 준공 후 5년간 무이자로 분할 상환할 수 있는 '지자체 장기분할상환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 운영 중"이라며 "울산시의 송전선로 지중화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남 순천시 등 3개 지자체가 이 제도를 이용해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삼호·태화동의 지중화 요청구간 중 외동~옥동선로 1.9㎞(철탑 2기)와 신울산~태화선로 1.8㎞(철탑 2기)를 지중화할 경우 총 315억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분담금 장기분할상환제도를 이용하면, 울산시는 전체사업비의 절반인 157억원만 부담하면 되고, 이를 향후 5년간 분할상환할 경우 연간 사업비부담은 31억4,000만원으로, 재정에 압박을 가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설명이다.

 이에 전경술 울산시 창조경제본부장은 "삼호·태화동 지중화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재정 여건과 한전과의 사업비 부담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고압 송전선로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피해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현재 건설 중인 오산대교를 이용한 지중화 공법을 적용하면 공사비를 줄일 수 있을 거라며, 한전에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이성룡·김종래 의원은 "울산시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며 "조속히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시에 촉구하며,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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