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필자는 29개월의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으로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우선적으로 끝내지 못한 공부를 끝내고 싶고 전공과 관련된 사회적 활동들도 계속 하고 싶다. 더 욕심을 내자면 영어도 유창하게 할 만큼 시간을 투자해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아이를 혼자 돌보며 잠시 미루었던 일들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며 조금씩 실현해 보고자 했다. 이제 두 달 가까이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는 서서히 적응을 하고 약간의 여유를 낼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며 미루어 왔던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한 움직임과 준비과정도 있었다. 그러나 혼자일 때와 일의 처리에 관련된 집중도가 훨씬 떨어졌다. 이유는 오전 시간은 늦어도 7시 전후로 일어나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차리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채비를 마무리해야한다. 9시30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면 점심식사 전까지는 집안일을 끝내야 한다. 자잘한 청소부터 시작해 정리정돈, 빨래, 바닥 닦기 등 집안일을 하다보면 시간도 훌쩍 지나가 버릴 뿐더러 체력도 소진되기 시작한다.

 오후 1시부터 30분 가량 식사를 마치고 약 두 시간 가량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한다. 일다운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3시30분이 되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이 시간부터 아이가 밤에 잠을 잘 때 까지는 함께해야한다. 즉,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시쯤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비로소 두 세시간 정도 또 시간이 생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육아맘 이라면 필자와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틈틈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논문을 쓰거나 공부를 하는 등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하다. 최대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한다. 하원 후에는 계속 함께 있어 줘야하므로 아이가 밤에 잠들고 난 이후에 하는 작업은 이미 체력이 소진된 상태이다. 아이가 자다가 깨거나 울 수도 있으므로 완벽한 집중력을 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사료된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책임지게 되며 여성은 경력이 단절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이를 낳고도 일과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어머니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육아와 집안일을 즐기며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함께 공부한 친구의 경우는 아이를 키우며 잠시 일과 공부를 접어두었는데 다시 자신의 일을 찾지 못하고 공부가 마무리 되지 못할까봐 늘 불안해하며 "여기서 멈추면 끝이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필자가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니 친구가 했던 말이 크게 공감이 갔다.

 현실적으로 겪는 문제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사회적인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힘든 현실 등으로 고민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53.9%로 OECD 평균인 61.5% 보다 낮게 나타난다. 특히 30-34세의 여성이 낮게 나타나는데 육아와 출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육아맘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개인적인 각오와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보면 흐려지고 만다. 사회적 제도가 있지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엄마의 정서적인 감정교류의 부분들은 일부 포기해야 함을 느낀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집안일과 육아에 도움이 되거나 일과 자아실현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부분들을 현실적인 상황에 알맞게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