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의회가 구·군의회와 공무원노조의 거센 반발에 밀려 9월 임시회에서 처리하려던 '행정사무감사 조례 개정안' 발의를 사실상 철회했다.

 표면적으로는 외부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비쳐지지만, 실상은 내년 지방선거에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시의회 내 핵심인사들이 조례안 제출을 만류한 것이 발의 포기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조례안 발의를 준비해온 울산시의회 정치락 운영위원장은 31일 당초 9월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이던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발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조례안을 임시회 정식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의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잠정 보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의회가 반대여론에 밀려 자치입법권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언급으로 보인다.

 발의 무산된 조례안은 행정사무감사와 관련한 지방자치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규정 혼선에 따른 해석상의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취지로 개정이 추진됐다.

 현쟁 지방자치법 제41조 제3항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의 사무에 대해 시·도의회가 직접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 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제5호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 또는 위탁된 사무는 행정사무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상위법에 위반되는 행정사무감사 조례 제6조 제1항 제5호의 '지방자치단체에 위임 또는 위탁된 사무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일선 구·군를 포함하는 것이 조례 개정안의 골자다.

 정 위원장은 조례 발의 보류 결정에 앞서 지난 24일 5개 구·군의회 운영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이어 지난 28일에는 시의회 상임위원장 조찬모임과 의장단 회의를 잇따라 갖고 조례 개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이 결과, 구·군의회 운영위원장들은 조례 개정을 원천적으로 반대했고, 시의회 내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고려해 조례 개정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시의원들은 해당 구·군 지역의 표를 의식해 민감한 시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조례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과 함께 조례 발의를 유보할 것을 강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례안 발의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는 전언이다.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하자가 없는 조례안을 이해당사자의 반대에 밀려 발의를 철회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 조례 개정을 둘러싼 이 같은 찬반 의견을 들은 뒤 '조례 발의 유보'를 결정하면서도 광역시 위임사무에 대한 구·군 감사의 필요성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울산시가 사무를 위임하고 예산지원까지 하고도 내버려두는 사례가 있고, 구·군의회에서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행정사무감사 사각지대에 놓인 위임사무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시행령을 고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내년 개헌 때 특·광역시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이번 조례 개정 보류결정으로 당장 올해 행정사무감사 때부터 구·군이 시의회의 감사를 받은 초유의 사례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조례 개정안 발의를 9월 임시회에선 하지 않을 뿐이지, 조례 개정을 아예 철회한 것은 아니다"며 "전국 시도의회의 사례 등 여건을 봐서 10월 임시회나 연말 정례회 등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최성환기자 cs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