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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연 반구1동 사회복지서기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직업, 첫 직장에 발을 들인 후 10년을 넘어설 즈음이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열성적으로 해왔던 일에 익숙해졌을 때인데 그럼에도 나는 첫 직장을 떠났고 첫 직업도 버렸다.

 얼마 전 새 직업을 가졌다. 사회초년생처럼 '내가 원하던 일인가? 적성에 맞는 일인가?' 하고 끊임없이 자문했다. 그러고 나서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여 얻은 직업인데 이러한 성공적인 경험은 내 인생에서 처음인 듯하다. 그래서 더욱 즐겁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분들은 직장보다는 직업을 우선한 나의 결정에 대해 축하와 더불어 걱정의 말씀을 빼놓지 않고 건넨다. 편하고 안정적인 길을 두고 뒤늦게 어렵고도 생소한 길로 가니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 역시 걱정을 했다. 그렇지만 사람을 목적으로, 사람을 향해 서서 일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이 직업이야말로 일로 지친 자기 자신을 만족감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 줄 삶의 원동력이자 축복이라 생각했기에 망설이지는 않았다. 나의 직업은, 이웃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회복지공무원이다.

 사실 동주민센터에 내 자리가 생긴 지는 한 달이 채 안 된다. 짧은 기간임에도 영유아기에서 아동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까지 전 생애주기 동안 개인에게 필요로 하는 복지서비스를 배우고 있다. 정말 그 내용이 너무 다양하다. 주민분들이 동주민센터를 방문하여 풀어 놓는 요구와 고충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 사적인 삶의 일부를 알아야 하는데 내가 전문가라고 생각하시기에 기꺼이 이야기해 주신다.
 시선을 맞추고 열심히 들으려 하지만 '그분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인데 내가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은 이미 불안하다. 나의 당황해 하는 모습은 그분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결국 다른 직원에게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으셔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주민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걸 매일 깨닫는 순간이다.

 나의 이웃, 울산광역시, 우리나라가 행복해지는 일을 한 번이라도 만족스럽게 해낸다면 나의 행복도 더 커지리라 믿는데 지금 계속 실패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한 주민분이 감사하다며 웃어주셨다. 요청받은 민원을 처리하면서 그 외에 제공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간략하게 설명해 드렸을 뿐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대하지 않은 것이 더해지니 기분이 좋아지신 듯 했다. 나도 물론 즐거웠고 며칠째 쌓였던 피곤함도 잠시 멈췄다.
 물론 모든 분이 다 그렇진 않으실 테지만, 민원해결 뿐만 아니라 주민분들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그분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때 진정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에 합격했을 때의 행복은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처럼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함으로써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상기시킬 수 있음을 알았다. 행복은 나누고 공유할 때 더 커지며 내가 행복하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나 그리고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주민을 향한 행정과 복지를 꽃피워야 한다. 그 행복을 꽃피울 책임이 나에게 주어졌다. 지금은 그 책임 때문에 알람 없이도 새벽에 눈이 떠지고 혹시 실수하지 않았는지 걱정하며 하루 종일 긴장감을 안고 지낸다. 그러나 성실함과 유능함을 기반으로 행복을 꽃피우며 사회적 행복총량을 늘려갈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꽃을 피우려고 꽃가루받이를 할 때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데 지금이 나에겐 그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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