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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 문제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중단해달라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울주지역 주민 등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 등이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중단시켜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이 결정에 따라 공론화 위원회의 활동도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공론화위원회의 설문조사나 토론회 등 공론조사 과정에 '공정성 시비'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한 1차 설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목표치의 절반인 1만여 명이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차 조사는 지난 달 25일부터 국민 2만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90%·집전화 10% 혼합조사로 실시됐으며, 조사 개시 열흘 만에 약 50%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문제는 공론화위원회가 1차 조사를 비롯해 총 4차례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4차례의 조사에 각각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국민의 전체적 의견으로서 참고적 의미를 갖는다는 게 공론화위의 입장이다. 공론조사 결과가 비공개에 부쳐지면 공론화위원회의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공산도 크다.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수많은 추측과 찬반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높다. 공론화위는 조사과정에 위협이 되는 유언비어성 루머가 제기될 경우 추가 의논을 거쳐 공표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한 것도 문제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여론왜곡이 우려되는 상황이 오면 공개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건 지극히 우려할 대목이다. 이는 공론화위의 조사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조사를 실시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금 우리 사회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고리 5·6호기 재개·중단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는 4,000여 건에 달하는 시민 의견이 게재됐다. 현재까지 게시된 글은 대부분 건설재개 및 원전건설을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건설 중단을 요청하는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밖에 '탈핵'을 지지하지만 현재 국내 에너지 상황에서는 무리라는 의견과, 탈원전 정책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중단 양측 비율이 엎치락 뒤치락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31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42% △건설 중단이 38% △의견 유보가 20%로 각각 집계됐다. 앞선 두 차례 조사에서 건설 중단 비율이 더 높게 나왔던 것에서 역전된 결과다. 갤럽이 지난 달 첫째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건설 재개가 40%, 건설 중단이 42%로 집계됐다. 또 지난 7월 조사에서는 건설 재개가 37%, 건설 중단이 41%를 기록했다.

이처럼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국민 의견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면서, 최종 결정권을 쥔 정부의 판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찬반 비율이 70대 30으로 명확한 차이를 보일 경우 정부와 공론화위 모두 부담이 없는 상황이지만, 49대 51 수준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일 경우 최종 중단 결정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종 조사에 참여할 시민참여단 구성도 관심사다. 공론화위는 5·6호기에 대한 의견,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한다. 시민참여단이 구성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숙의과정이 진행된다. 심층토론은 다음 달 16일 예정인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2차 조사에 착수한 뒤, 자료집 학습·전문가 강의·종합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조사에서 희망자에 한해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2차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합숙토론에 들어가며 3차 조사를 거치고, 합숙토론이 마무리 되면 최종 4차 조사를 통해 공론 조사를 마무리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울산 시민들의 의사결정 참여다. 지난 40여년간 울산은 원전으로부터 직간접 피해를 당해온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울산시민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역경제와 원전의 함수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따지고 원전 중단 등이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론화 과정에 울산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비율로 반영되어야 한다. 울산 시민의 목소리가 배제된 공론화 결정은 120만 울산시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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