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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이 연이은 쓰나미급 악재 때문에 고사 직전까지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울산지역 경제도 IMF급 타격을 보고 있다. 이 같은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는 한발짝도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노조는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치우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 中·美 연이은 판매 부진
한미 FTA 폐기 거론 수출 타격 현실화
노조 눈앞 이익 혈안 위기감 결여 심각
주력산업 휘청 지역경기 위험수위 직면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쌍용차와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노사협상 갈등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교섭중단으로 연말께나 교섭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 한 해를 교섭에 매달리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노사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직면한 경영환경보다 조합원 이익을 우선하는 노조 정책이 빚은 결과다.
 현재 국내 자동차산업은 중국발 사드와 미국발 판매 급감에 이어 통상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가중 등 건국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1~7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5.5% 감소했으며, 중국 실적 저하에 따른 위기는 동반 진출한 1,2차 부품사들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급기야 현대차는 중국 수장을 교체하고 중국시장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 국내 자동차산업 건국이래 최대 위기
중국발에 이은 미국발 대위기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8월 미국시장에서 전년 동월보다 24.6% 감소한 5만4310대를 판매했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판매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매하락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 확대에 나섰지만 수익성 악화만 초래하고 있다. 현대차는 8월 미국에서 차량 1대 당 3,039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2016년 8월보다 25.6% 늘어난 수치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거론으로 수출 타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는 FTA를 통해 무관세 수출을 했지만 폐지될 경우, 높은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중국 사드 보복과 통상임금 문제 등 악재가 가중된 상황에서 미국 수출길마저 막히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정부,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팔걷어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3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종사자 수는 몇 곱절 늘어난다. 무역협회는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국가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한 정부도 최근 자동차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자동차업계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 "회사 내부 대위기 공감대 형성 우선돼야"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울산경제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8월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가 2011년 6월 이후 7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8월보다 악화된 것은 물론이고 1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나쁜 수치다.
 문제는 자동차산업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자동차 업계에 소속된 근로자들은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수년간 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GM 근로자들이 수천만원의 성과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현대차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노조활동 강화에만 혈안이 돼 교섭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또한 기아차는 통상임금 요구로 회사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그 어떤 특효약도 소속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대위기에 공감하고 대응하려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만 위기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작금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서, 향후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문제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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