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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장터만큼 사람 냄새나는 곳이 또 있을까. 편하다는 이유로 나 역시 대형마트를 자주 찾지만 두 곳을 들릴 때의 기분은 사뭇 다르다. 대형마트가 잘 썰어서 담아놓은 포장 회 같다면 장터는 활어 그 자체랄까.
 자주 찾는 통영이나 마산, 기장 어시장도 그렇고 한 번씩 찾게 되는 각 지역의 다양한 5일장에 가면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종아리에는 활어들이 튀긴 물이 묻고, 신발은 더러워지지만 코끝에선 노지에서 자란 나물거리며 뻥튀기, 각종 튀김, 국밥 냄새 같은 것들이 뒤섞여 사람냄새가 난다.


 공광규 시인의 이 책 역시 실제 충청남도의 한 시골마을인 청양의 5일장, 청양장에서 제목을 따왔다. 청양장 만의 특별한 것을 그렸기 보단 흔히 떠올리는 푸근한 시골장터가 그대로 담겼다.
 공 시인의 정말이지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문장과 재치가 번득이는 한병호 작가의 그림 덕에 페이지 한 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다 보니 두 페이지에 문장 하나가 전부다. 문장 구성도 반복이다. "당나귀 팔러 온 할아버지 귀가 당나귀 귀다/ 돼지 팔러 온 할아버지 코가 돼지 코다/ 송아지 팔러 온 할아버지 눈이 송아지 눈이다"


 송아지 하면 눈, 돼지하면 코, 토끼하면 입, 강아지 하면 속눈썹 등 동물마다 특성을 어찌나 족집게처럼 쏙쏙 잘 뽑았는지 시인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게다가 비록 그 동물들을 팔러 왔지만 염소와 눈을 맞추고 콧등을 쓰다듬는 할아버지 모습이나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선 어쩐지 정이 뚝뚝 묻어 나온다.
 장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업종은 죄다 모아놓았기도 하다. 어물전, 각종 가축, 약장수, 뻥튀기 장수, 과일채소상… 글 이상의 것을 표현한 한 작가의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넘쳐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우리는 이 책이 흔한 장터 모습을 익살맞고 따뜻하게 표현한 것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길짐승과 날짐승과 물고기를 닮았다"라는 문장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시인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나 도교철학이 연상되기도 한다.


▲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아쉬운 건 2쇄에선 수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원숭이 데려온 약장수 얼굴이~" 페이지와 그다음 페이지의 그림과 글이 뒤바뀐 부분이다. 편집과정의 실수로 보인다.
 그런 아쉬움에도 이 책은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절로 차오르는 멋진 그림책이다. 한국적이라서, 쉬운 만큼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 책은 더 특별하다.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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