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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이별 긴 기다림

윤하연
 
어머니…
당신 슬픔의 강에서 멱 감으며
물고동처럼 자라왔던 유년시절
꼭 소설가가 되어
당신의 굽이진 일생을 쓰고 싶었습니다
늘 작은 가슴에 맴돌고 있었던
어머니의 시간들
흘러간 삶의 물살에 휩쓸려
놓쳐 버린 참으로 먼 이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날마다 슬픈 시를 쓰셨지요
그 꿈 억새꽃으로 흔들릴 때마다
빈 뜨락 서걱이며 다가온 것은
오직 갈증뿐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기다림 아닌 것 없었지만
세월 너머 일렁거렸던 꿈길
바람의 풀무질에 흔들렸던 날들
농무 사이로 집어등처럼 퍼져 왔어요
 
바라만 보아도 저려오는 아픔
물살을 밀고 퍼 올리던 기다림의 편린들
영혼의 징검돌로 다리를 놓으며
언젠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직녀가 되어서 베를 짜고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로 문양을 넣은
먼 이별 긴 기다림의 시를
 
● 윤하연 시인- 전남 보성 출생. '한국문인' 시 부문 시인인상. 초등 교직생활 39년 봉직. '한국문인' 추천작가회 회원. '새한국문학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회원. 은목문학회 회원. 우송문학회 회원. 홍조 근정훈장 수상. 공저 동인지 '내안에 등불을 켜고' 외 6권.

 

▲ 서순옥 시인

바람 따라 물길 따라 멀리 흘러가버린 어머니의 시간. 그때 그 어머니의 시간을 지금은 내가 메꿔나가고 있다.
 나는 절대 답답한 어머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내뱉고 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간 앞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가슴 한편이 늘 아렸지만 다정다감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의 반성도 지금 내가 부모 되고보니 알 것 같다.
 나의 어머니와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나는 나의 딸과도 세대 차이를 좁혀나가지 못한 채 서로가 답답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풀면 풀수록 더 엉켜버리기만 하는 풀지 못하는 실타래려니.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고….
 윤하연 시인의 그리움이 잔뜩 묻어있는 시 한 편을 올려놓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핸들을 꺾어 유턴을 하자면 머리맡에 어머니 치맛자락 끌리는 소리도 그립고, 앞치마 구정물 냄새 그립다.
 콜록거리는 기침만 하여도 당신은 어느새 약봉지를 들고 서 계셨고, 일그러진 표정에 퉁퉁거리는 말투와 투정을 부리면 가슴까지 일그러지는 당신.
 콧노래를 부르다가 뒤돌아보면 어느새 덩달아 활짝 미소 머금어시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근원은 대지라면 내가 살아가는 근원은 새 한 푼 안 내고 그 속에 집을 짓고 살아도 천이라도 살라고 하실 나의 어머니. 서순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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