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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해법에 정치는 빠져라
2017년 09월 13일 (수) 19:31:39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유난히 비가 적게 내린 올해는 반구대 암각화가 온전히 물 위에서 한 해를 보낸 시간이 됐다. 물 위에 노출된 암각화가 관람객들을 맞이한 지난 주말에도 반구대암각화 일대는 많은 이들이 7,000년 전의 고래와 대면했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부터 좀 더 가까이 가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현장을 찾은 이들의 안타까움은 세월의 무게만큼 다양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보존해법의 현재 상황이다. 최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두고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보존운동 단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울산시의회에서도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정부 대책 건의안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한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년의 세월 동안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대정부 건의나 시민단체의 결성은 숱하게 있어 왔다.

이번에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암각화보존운동 단체는 '맑은 물·암각화 대책 울산시민운동본부'라는 이름이다. 이들은 맑은 물 확보와 반구대 암각화 보전을 위한 서명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의 생각으로는 반구대 암각화 보전을 위해서는 상류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야 하는데 이럴 경우 발생하는 식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밀양이나, 경북 운문, 영천댐의 수원을 울산에 공급하도록 청원하는 서명 운동을 펼쳐 올해 안에 정부의 확답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올리고, 대곡천 일대를 역사문화공원이나 명승지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의 실세를 자처하는 인사가 모임의 중심이라는 점에서도 이 단체의 출범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시민모임으로 가시화 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모임이 숱하게 있었고 지금도 활동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시민의 의지가 드러난다는 측면에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에 정치적인 입김이 스며든다면 이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울산시의회가 시민들의 총의를 모아 대정부 건의문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뜻이 반영돼 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지난 10여 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거라 믿었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한 실망감이 대정부 항의의 목소리로 표출된 셈이다.

시의회는 "문화재위원회가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지난 7월 또다시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을 부결시키면서 연중 4~5개월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고 있는 암각화의 심각한 훼손을 방관하고 있어 건의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의회는 대정부 건의안에서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국비를 투입한 전문업체 용역 결과를 부결한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건의안에선 이어 지난 10여 년간 보존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생태제방안을) 또다시 부결시키고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문화재청의 행태에 대해 과연 반구대암각화 보존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건의안에선 또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반구대암각화를 찾아 원론적 입장만을 밝힌 김종진 신임 문화재청장의 행보를 꼬집은 뒤 "문화재 보존과 식수문제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돼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경우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시민들의 식수원인 청정 댐 2곳을 비운 채 물관리를 했다. 이 때문에 맑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낙동강 물 사용량이 늘면서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울산시가 올해 1∼8월 말 지불한 낙동강 원수대금은 136억7,000만원(t당 233.7원)이다. 지난해 전체 원수대금 147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비용이다. 울산시의 고질적인 식수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곡댐과 사연댐에 물을 채워야 하지만 댐에 물을 채우면 반구대암각화가 잠겨 훼손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태제방안을 원형훼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부결시키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곳이 문화재청이다.

문제의 핵심은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이다. 식수와 암각화 보존을 연결하려는 것은 애초 이곳을 천전리 각석과 함께 암각화군으로 지정해 세계유산목록에 올리려한 문화재당국의 패착 때문이다. 반구대암각화 자체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방향을 잡았다면 원형보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은 나올 수 없게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문화재청의 오판으로 대책 없이 하세월만 하고 있는 암각화문제는 정치까지 개입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이제 반구대암각화 해법에서 정치는 빠지고 본질만 생각하는 시각교정이 필요하다. 정치가 개입되면 이 문제는 더욱 꼬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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