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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물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문화재 보존을 명분으로 울산시민이 맑은 물을 먹을 권리를 정부가 나서서 막고 있는 문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울산시는 최근 한 달 넘게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극심한 가뭄과 함께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운영해 온 결과, 사연댐의 저수율이 바닥나게 되어 취수가 중단된 것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은 만수위인 60m일 경우에는 총저수량이 1,951만t이지만, 현재와 같이 수위를 48m로 낮출 경우 1,719만t이 감소하여 유효저수량은 만수위대비 11.9%인 232만t에 불과하게 된다.
 이처럼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공업용수로 방류한 양만 3,916만5,000t에 이르며, 그만큼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이용하기 위해 울산시가 추가로 부담한 낙동강 물이용 부담금은 t당 170원으로 전체 금액은 66억5,800만원에 이른다.

 사연댐을 낮은 수위로 유지하는 것은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으로 마련된 임시가변형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를 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였지만, 임시가변형물막이 설치가 실패로 끝난 이후에도 암각화의 침수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48m 이하의 낮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선사시대의 우리 선조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담은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울산시민 모두가 그 가치의 소중함과 보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의 보존 대책이 10여년 가까운 시간을 낭비한 채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사연댐의 수위를 낮춤으로 인해 발생하는 울산시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울산시민들은 청정 식수 전용댐을 비워둔 채 해마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 물을 식수로 공급받는 안타까운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 상태로 지난 7월 20일부터 울산시는 식수의 전량을 낙동강 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원수 구입비용은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 식수 전량을 낙동강 물에 의존하면서 울산시는 매일 1억6,100만원 가량을 원수대금과 물이용 부담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자칫 낙동강 수질사고가 발생할 경우, 식수대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생존권 박탈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과 관련하여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여서는 안 되며, 또한 울산시의 물 부족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변식물막이 설치를 위해 한시적으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운영하였던 조치를 정상화하여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울산시민이 맑은 물을 먹을 권리를 침해하고, 식수구입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희생을 강요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울산시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울산시의 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방안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포르투갈이 포즈코아암각화의 보존 문제를 국가적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문화유산의 보존과 댐건설 등 지역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켰던 것과 같이 정부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물 부족 문제를 단지 지역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할 의지가 있다면 진지하고 논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서 반구대암각화의 실질적 관리주체인 울산시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의해야 한다. 계속해서 일방적인 주장만을 고집한다면, 120만 울산 시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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