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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벼랑끝까지 내몰린 국내 기업들이 포스트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인도법인을 통해 8,800억원을 투자해 신차 라인업과 사업 확장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인도시장 라인업은 10종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 총 8종의 전략차종을 집중 개발해 인도 시장에 출시한다는 의지다.

 대규모 시설 투자도 본격화된다.
 기아차는 올 연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중국시장에 집중하느라 인도시장에 대한 투자를 미뤄왔다.
 때문에 인도 시장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인도와 일본의 합자회사 '마루티 스즈키사'와를 따라잡지 못하고 점유율 격차(34%p)를 유지해야만했다.
 그러나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바닥을 치면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지자 인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인도의 자동차시장은 매년 7% 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3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4월 처음 생산한 염소화폴리염화비닐(CPVC)의 첫 수출국가로 인도를 선택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사드보복 같은 정치적 요소가 없고 경제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인도의 경쟁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클린 시티'운동으로 화장실이 대거 보급되면서 PVC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전망도 밝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도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리스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보복성으로 국내 업체를 표적 삼아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과거 2년에 한번 꼴로 해온던 반덤핑 조사를 올 상반기에만 무려 4건이나 진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를 향한 잰걸음에 나선 것은 사드 보복에 따른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경제가 입는 손실은 전 산업을 통틀어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도 인도 시장 확대로 눈을 돌려야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을 방문한 김상철 전 코트라(KOTRA) 북경·상해 무역관장도 인도 시장 확대에 대비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울산상의가 주최한 '제136차 울산경제포럼'에 참여해 '2개의 차이나'를 주제로 한 강의를 펼치며 "'뉴 차이나'와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세계경제의 성장 센터로서 중국을 잇는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을 채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코트라(KOTRA)도 이 같은 동향에 맞춰 인도에 무역관을 추가 개소하는 등 우리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지원을 본격 확대하고 나섰다.
 코트라는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 주 콜카타에 새 무역관을 올해 안에 개소해 인도 내 무역관 수를 모두 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코트라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인도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등 현재 인도에 있는 4곳의 무역관도 직원을 확충한 상황이다.

 코트라는 오는 11월 뭄바이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제조사들과 현지 업체들이 참가하는 코리아 오토파트플라자를 개최하고, 첸나이에서 신재생에너지포럼을 여는 등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협력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주화기자 usjh@ulas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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