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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전 이다. 현지취재차 현대차 북경공장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그 곳은 국내 차업계에게 일종의 '비상구' 같은 곳이었다.
 현지 공장은 속도감 있고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했고, 노사분규 때마다 물량 그래프가 요동치던 울산라인의 위기 탈출구 역할도 해왔다. 덕분에 현지 판매량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중국은 현대차의 미래 비전이 되고 있었다.
 그랬던 중국은 이제 현대차의 목숨줄을 틀어쥔 채 점점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사드 보복'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직격탄이 되긴 했다.

 또한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국내 물량을 대거 넘겨주면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지만 않았어도 사드 리스크 따위 하나에 흔들릴 상황까지 오진 않았다.
 현대차는 끊임 없는 분규와 생산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비중을 키워왔다. 그 사이 울산공장의 높은 인건비와 느린 컨베이어 속도가 개선되지 않았다. 현대차 현장직이 '한량'으로 불리며 호시절을 보내는 사이 중국 현지 공장이 갑질하며 득세하는 시대가 우리앞에 도래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젠 생산차질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판국에 놓였다. 이달부터 현대자동차의 중국 충칭공장(5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간 908만 대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7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 과잉'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거꾸로 말해 생산량을 200만 대 늘리지 않으면 오히려 수지를 맞춰내기 힘든 지경이 됐다.
 단순 계산상으로보면, 고임금 구조의 울산공장 물량을 줄여야하는 사생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 거대한 폭풍이 몰려올 모양이다. 유난히 고요했던 그날의 중국공장은 아마도 오늘을 암시하는 '폭풍전야' 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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