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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나나 서울시 영등포구

'서울 상경'은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요즘에는 교통수단이 발달해 먼 지방에서도 두 시간이면 서울로 갈 수 있지만, 옛 시절에는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서 가야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울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지방이 워낙 발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도 않다. 그럼에도 서울로, 서울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왜일까. 나 또한 그 중 한사람으로서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자리 잡은 지 벌써 5년 째다.
 막상 서울에 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다면 서울도 사실 지방과 별 다를 것 없다는 거다. 오히려 복잡하기만 해서 서울에 잠시 놀러온 친구들은 학을 떼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은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의 장이다. 나는 공연이나 전시회에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지방에 있었을 때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지방 순회하는 공연팀이 지방에 오더라도 하루, 이틀만 공연하기 때문에 그 날짜를 놓치면 공연을 볼 기회는 없어지고 만다.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전시회를 하더라도 한 곳에서 하나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서울에서 하던 전시회가 지방으로 내려오더라도 며칠 만에 전시를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비해 서울에서는 손쉽게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미술전이나 사진전을 보러 갈 수 있고,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지방에서는 전시회를 하더라도 '특별전' 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열리는 경우가 많고 표 값 또한 만만치가 않아 전시회를 보려다가도 망설이게 된다. 반면 서울에서는 무료 전시회도 많이 하고 학생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가격대의 전시회가 종종 열린다. 공연 또한 그렇다. 소극장부터 대극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연을 접할 수 있으며 장르도 천차만별이다.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선택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깜짝 놀랐던 것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누릴 수 있는 '싹틔우미' 혜택이다. 만 26세 미만의 남녀는 가입과 동시에 무료로 싹틔우미 자격을 받는데, 다양한 공연 및 전시회를 반값 이상 할인된 값으로 관람할 수 있다. 심지어 당일 티켓은 자리가 남을 경우 만원에 판매해 영화 한 편 값으로 오페라나 발레 등 대규모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나도 이 혜택을 받아 근 2년 동안 회당 10만 원이 넘는 발레 공연을 단 1만원으로 맨 앞자리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
 지방에서는 이런 제도를 찾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오페라나 발레를 공연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 그런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이집트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들이 간혹 서울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지방까지는 안 가는 경우가 많으며, 지방으로 가더라도 규모는 축소된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마치 길거리에 널린 카페처럼 우리네 삶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까워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소한 희망이다. 예술은 특별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닌데 선택과 기회의 폭이 좁다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나의 생각에 공감할 것이다.
 서울에 사는 지금도 때때로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지만 문화예술을 생각하면 갑갑한 마음이 앞선다. 하루빨리 지방에도 '문화 예술' 공급과 수요가 활발히 이뤄지는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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